작성일 : 20-12-30 10:19
[144호] 시선 둘 ? 전태일 50주기 한국노동자의 상태와 노동조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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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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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 한국노동자의 상태와 노동조합에 대하여
김용화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5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그의 마지막 외침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말이었습니다. 1970년 청년 전태일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모습을 통해 국가권력의 민낯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분신이라는 극단적 저항은 아마도 국가권력 앞에 발가벗겨진 무기력한 자신이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선택지였을 것입니다.
5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너무도 많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경제는 OECD에서도 내로라하는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정치는 이미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며 이른바 민주정부가 세 번째 집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지난 권위주의정부를 내쫓고 선거를 통해 집권한 촛불시민정부입니다. 문화는 또 어떻습니까? 굳이 방탄소년단이나 봉준호 감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류'라는 말이 새로 생길 정도로 세계 속에 한국문화를 꽃피우고 있습니다.
# 전태일의 외침은 아직도 구천을 맴돌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성장의 주역이었던 우리나라 노동자의 상태는 어떨까요? 작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임금노동자 수는 대략 2천만 명이라는 정부통계가 있습니다. 노조 조직률이 10%라고 하니 200만 명은 노조 조합원이고 1,800만 명은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입니다. 5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는 600만 명인데 이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이 나라에는 프랑스처럼 노조가 맺은 협약이 노조가 없는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단체협약의 사회적 효력확장' 제도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열사의 외침이 5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구천을 맴돌고 있는 슬픈 오늘입니다.
노동권은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10%만 이런 권리를 형식적으로나마 누리고 있습니다.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면 공무원 교사와 필수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3권의 핵심인 단체행동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라는 악법이 자리 잡고 있어서 국민기본권을 누리는 노동자의 범위는 그야말로 소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보수 언론은 외려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삿대질을 해댑니다. 우리는 여전히 노동3권이 기본권이 아니고 기득권인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3권을 기득권이 아닌 기본권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전태일3법' 입법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노조파괴법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저항으로 원안보다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독소조항이 많은 내용으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 노동3권은 국민기본권
정부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노동권의 일부 내용을 제약할 수 없다며 그 내용을 경사노위에서 합의하자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니 들어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ILO 핵심협약은 이렇습니다. 모든 노동자(공무원, 교사, 해고자 포함)에게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간접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들에게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 노조 설립을 완벽한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노동운동진영이 늘 요구해왔던 그 내용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표준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하고 EU가 문제 삼은 해고자의 조합원 신분 등으로 한정해 비준하겠다는 비겁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노조에는 재갈을, 취약계층 노동자에게는 착취 강화를
그러면서 노조법은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고착화시키는 형태로 개악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자 간의 임금양극화 문제를 꺼내면서 직무급 임금제도를 대안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직무급제의 전제는 산별노조입니다. 한국의 노동자 임금양극화는 기업규모가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입니다. 산별노조와 산별협약, 사회적 협약 시스템으로 바꿔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뒤돌아서서 자본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재벌과 경총이 요구하는 탄력근로제를 3개월에서 6개월로 확장해 버렸습니다. 탄력근로제의 핵심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넘는 초과노동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시간당 50% 더 줘야하는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1일 12시간, 1주 52시간 이내에는 초과노동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그 기간도 6개월로 늘려 버렸습니다.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저항할 수 있는 노조는 노조파괴법으로 손발을 묶어 놓고, 저항권이 없는 90%의 노동자들에게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노동자성 불인정으로 착취만능의 새누리를 열어 놓았습니다. 녹색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 이명박, 노령연금으로 사기 친 박근혜에 이어 노동존중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문재인 정부를 보며 노동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동자도 사람입니다.
※ 김용화 님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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