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30 09:54
[138호] 여는 글 - 흥해라, 린다G !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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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라, 린다G !

이선이


요즘 연예계에 가장 핫한 이슈가 있다면, 단연코 3인조 신인 혼성그룹 ‘싹쓰리’, 그 중에서도 유일한 여성멤버 ‘린다 G’라고 할 수 있겠다. 린다 G는 젊은 시절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작은 미장원을 열었는데 그게 대박이 나서 지금은 미국 전역에 200개가 넘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답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돈만 되면 뭐든 한다.”는 열정으로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한인 타운에만 거주해서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 된 가사에 거부감을 보이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보컬과 비주얼로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까지 듣고 “도대체 무슨 소리야??”하시는 분이 있다면,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MBC ‘놀면 뭐하니?’를 시청해주시기 바란다. 무려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의 콜라보다. 유재석의 ‘부캐(또 다른 캐릭터)’가 여러 가지 도전을 하는 예능프로인데(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대표적인 ‘부캐’이다.), 지금 방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린다 G가 참여하는 혼성그룹 ‘싹쓰리’이다. 그리고 린다 G는 다름 아닌 이효리의 부캐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나는 이효리를 애정한다. 사실 이효리가 가진 털털함과 솔직함, 허를 찌르는 유머코드를 무척 즐기면서도 애정까지는 아니었는데, 2014년 2월, 이효리가 아름다운 재단이 진행하던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나서 달라졌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한 가정주부가 주간지 ‘시사인’에 4만 7천 원이 든 봉투를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이 분은 쌍용 자동차에서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4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보고 “저 사람들은 얼마나 막막할까. 저 사람들의 아이들은 또 어떡하지. 나처럼 저 사람들도 가족이 저녁에 같이 밥 먹고, 밤에는 푹 쉬고,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고…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10만 명이 4만 7천 원씩 모으면 되겠다는 ‘단순명쾌한’ 생각으로, 아이들 학원 값을 아껴 4만 7천 원을 시사인에 보낸 것이다. “47억 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7,000원씩 10만 명이면 되더라고요. 나머지 9만9999명분은 제가 또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라고 적힌 편지와 4만 7천 원을 받아들고 어찌하나 고민하던 ‘시사인’ 편집국은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는데 느닷없이 이효리가 나타난 것이다. 이효리는 직접 적은 손 편지에 "아이엄마의 편지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000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 47억 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 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그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다"고 썼다.

이효리의 ‘힘’이었을까, 그 후 노란봉투 캠페인이 널리 알려지면서 불과 한 달 만에 10억 원 가까운 돈이 모였고, 이것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 활동의 귀한 종자돈이 되었다. (손잡고는 긴급생계의료비 지원, 법제도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과 연구 사업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 이후에도 이효리는 쌍용차의 ‘티볼리’ 출시를 앞두고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되었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또 한 차례 이슈가 되었다. 그 무렵 쌍용자동차 공장 굴뚝 위에서 두 명의 노동조합 간부가 해고자 복직을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효리는 그 중 한명의 장인장모와 찍은 사진을 트윗에 올리며 ‘다 잘 될 거에요’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효리를 보면 쌍용차 노동자들을 생각했던 그의 마음이 떠오른다. 오랜 투쟁 끝에, 그의 바람대로 올해 드디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전부 복직을 했다. 물론 회사 상황이 매우 위태로워서 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마음을 돌아볼 줄 알았던 이효리, 다들 무심히 지나쳤던 호소에 귀 기울일 줄 알았던 이효리, 기꺼이 한 사람 몫의 행동을 할 줄 알았던 이효리, 나는 정말로 이런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빌어본다. 흥해라 린다 G! 흥해라 쌍용차 노동자!


※ 이선이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부설 인권교육센터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