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3-30 14:36
[135호] 인권포커스 - 전염병으로 인해 외부활동을 안 하는 것과 하지 못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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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으로 인해 외부활동을
안 하는 것과 하지 못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박주경



올해 14살 자폐 중증남자 아이를 키우는 사춘기 중학생 엄마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오른쪽 귀 소이증으로 태어나 지금 코로나19로 외부활동 시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 지금 저의 아이는 소이증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불가하여 외부활동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이며, 아파트 분리수거 일로 아이와 함께 나갔다가 아이의 조그만 재채기에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변인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보니 부담이 되어 그것마저도 못 하고 2주 넘게 24시간 집에만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부모와 자녀 모두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수면 유도제를 복용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요즘은 신체 나이에 비해 외부활동이 없으니 약 효능도 없어 아침 7시부터 4시까지 수면을 하고 밤새도록 태블릿을 하며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밤새 함께 아이와 같이 생활을 맞추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시적인 상황에 약 성분의 단계를 올릴 수도 없어 현재는 약 복용을 중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면 유도제를 안 먹으니 부작용으로 나타나던 폭식하는 경향이 없어져 요즘 들어 뱃살이 좀 빠진 듯한 부분과 약으로 늘 쳐져 있던 모습에서 의욕으로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래층으로부터 층간소음으로 항의도 여러 차례 받아 양해를 구하고는 있지만 체격이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요즘은 제2차 성징으로 사춘기도 와서 이유 없이 갑자기 화를 내고 발로 쿵쿵거리기도 하고 더 격한 상황에는 태블릿도 집어 던지며 자기 팔을 깨무는 자해를 하는 돌발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춘기여서인지 아동기 때 볼 수 없었던 자기신체에 강한 자극(큰소리 반응을 위해 이유 없이 매트 위에 쓰러짐. 손바닥으로 매트 위를 세게 내리침)과 자기 몸 탐색으로 전형적인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는 듯합니다.
정신연령은 아직 5세 아이 수준이지만 신체나이는 장애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사실 사춘기 자폐성 장애 남자 중학생 아이를 어떻게 지원 및 지도 해야 될지를 늘 아이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해보며 같은 나이 때 남자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비교해 잘못된 행동이 고착화될까봐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시킬지를 늘 고민하고 나름 교육은 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는 않습니다.

이렇게 신진대사가 왕성한 남자아이가 외부활동을 못 하고 집에만 24시간 있는 실정이니 …
현재는 저와 같이 집에만 있어서 이 모든 일을 엄마인 제가 감당하고 감수하며 지내고 있어 큰 일상에 변화는 없지만, 이제껏 이렇게 긴 방학이 없었던 거라 추후에 개학을 하게 되면, 갑자기 초등에서 중등으로 과정의 변화에다 새로운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방과 후 교육 또한 중학생이라 단기보호센터로 변경되는 등 환경의 변화가 많은 상황이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적응을 할지가 더 걱정스럽고 염려스럽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새 학기가 되면 2달 정도 적응기간이라 집이며 학교, 치료센터에서 도전 행동들이 연이어지는 상황들이 많은 편인데 이렇게 한 달을 어떤 활동도 없이 집에서 본인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생활하다 다시 규칙적인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의 적응도를 위한 도전 행동이나 돌발 상황들이 무척 염려가 됩니다.

갑작스런 알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일상생활의 패턴이 깨졌으니 아이도 부모도 모두 당황스러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에서 발표되는 여러 가지 지원방안과 대책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고 타 지역의 장애당사자나 보호자가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에 대한 위급함과 공포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면 더욱이 이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자발적 자녀와 자가 격리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천재지변과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각 영역의 장애 당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촘촘하고 세밀한 지원책과 제도를 마련하여 사회적 약자인 장애당사자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어려운 위기상황의 빠른 안정화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힘내라! 대한민국!! 응원합니다.


※ 박주경님은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