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03 14:50
[133호] 인권포커스 - 불매운동과 생존권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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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과 생존권

김태현



글의 시각이 일본 내부에서 바로 보는 것이고… 또 내부에서도 한국인… 일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는 이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업종에 종사하는 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고 제한된 지면에 구구절절 담을 수도 없다. 딱히 이렇다 할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몇 자 적는다.

다만 문두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NO재팬으로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개인 또 그 개인을 가장으로 하는 가정이 있다는 점이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민초(?)에게 어느 정도까지 반일 또는 불매운동이 요구되는 것인가? 아니 나 같은 사람은 어디까지 견뎌야 하는가? 질문을 해 본다.

1996년 10월에 도일했으니 약 24년째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가이드다. 몰론 신문배달도 하고 그릇도 씻었지만 상대적으로 수입이 좋아서 시작했다. 이제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이 되었다.

일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가이드. 나아가서 여행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지난 20여년을 되돌아보면 IMF사태, 독도문제, 리만쇼크(환율상승),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원전문제, 세월호사건, 메르스, 구마모토 지진 등이 여행업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인 이유로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고 여행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일관계이다.

2014년 이전만 해도 학생시절이라 기본적인 생활만 할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가이드 일이 아니라도 다른 아르바이트로도 호구지책이 되었다. 이후 학교를 마치고 40대 중반이 된 내가 직업으로 가이드를 선택하자 세월호사건, 메르스, 지진 등은 나와 가족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여행 오는 여행객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달 지나면 여행객이 늘어나기에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었다.

작년 일본정부가 7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자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NO재팬운동이 시작되었다.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것이었다. 여행업에 오랫동안 종사한 분들의 말이 이번에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정부주도가 아니라 시민주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일본으로 오는 여행객은 급감했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몇 달 지나자 우리 동네에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여행사에 갑자기 일이 없어지니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일부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딱히 어디 갈 데가 없다. 나이도 있고… 애들은 한창 크는 나이이니 생활비도 많이 드는데 사는 게 말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렇다.

사업을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는 후배는 버스회사를 설립했다. 준비에 1년이 걸렸다. 준비기간에 다른 일은 하지 못했다. 회사가 설립되자마자 적자다. 아니 수입자체가 없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한국에서 주문이 많이 줄어 힘들어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주위의 한국식당도 매출이 떨어졌다고 한다. 일본인들도 불매운동은 하지 않지만 한국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다.

아는 일본인(日本人)이 문재인대통령 임기가 언제까지 이냐고 묻는다. 한국대통령 탓에 한일관계가 나쁘니 한국대통령이 바뀌면 한일관계가 바뀔 거라고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해서 아베(安倍) 임기는 언제까지냐 아베가 빨리 물러나도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 같은 데라고 질문하지만…

오늘 아침(28일)에도 한 시의원(울산)이 불매운동에 관한 것을 어떤 밴드에 올렸다. 몰론 지지하지만 묘한 느낌이다.
그 묘한 느낌을… 그가 그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다고 해도 그렇게 할까? 불매운동과 NO 재팬으로 생존권이 위협받는 국민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불매운동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민초는 NO재팬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표현해 본다.


※ 김태현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이며, 현재 일본 큐슈 후쿠오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