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1-05 23:56
[190호] 여는글 - 가을의 문턱에서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266  

가을의 문턱에서

이영환


어느덧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옵니다.
전에는 가을이 9월부터 시작되었지만, 요즘에는 우리나라 날씨가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아주 짧은 가을을 느껴봅니다. 선선한 바람과 맑은 하늘로 우리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이름다운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농작물들이 무르익어 쌀, 고구마, 감, 사과, 밤 등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한 계절입니다. 전통적으로 추석과 같은 명절을 통해 가족과 함께 이 풍요로움을 나누며 가을의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은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하늘과 대지 사이에 어우러져 풍경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이 풍경은 산책이나 등산을 하며 감상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가을은 또 예부터 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계절이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 짧아진 해, 서늘한 밤바람은 사색과 고독, 낭만적인 감정을 자극합니다. 사람들은 가을의 풍경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인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됩니다.

이렇게 풍요로움과 시적 감성, 아름다운 색상까지 어우러져 그런지 요즘에 청첩장이 많이 날라 옵니다. 청명 가을에 청춘남녀의 이름다운 백년가약은 축복받아 마땅합니다.
때로는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아 어려울 때도 있지만 비슷한 세대의 자녀가 결혼하는데 부럽기도 하고 축하하는 마음은 풍성한 가을과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인 인구감소, 인구절벽은 저출생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저출생은 사회복지체계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자녀 양육에 드는 경제적 비용(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이 증가하면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많습니다. 특히 높은 주거비용과 경쟁적인 교육 환경은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시간적, 심리적 부담도 출산 기피의 원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녀 교육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이로 인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경력 추구가 증가하면서 결혼과 출산이 미뤄지거나 선택되지 않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아,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또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 낮은 임금, 높은 실업률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리거나 자녀를 낳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또 결혼하더라도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으로 살고자 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국가 정책을 펼칠 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 인가는 사회의 대타협이 필요하겠지만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지원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인구절벽, 인구감소는 노동 인구의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합니다.
사회복지 부담의 증가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합니다. 지역 간 편차가 커져 지역소멸의 원인이 되고 주택시장의 침체와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대응 방안으로는 출산장려정책도 시행하고 새로운 이민정책과 더불어 노령인구의 경제활동 방안도 고려돼야 하고 또 새로운 지방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 우선하여 저출생 문제의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복지와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 때 우리 사회는 인구절벽, 인구감소라는 단어가 사라져 지속 발전 가능한 나라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청명 가을에 새로운 가족을 맞는 많은 행복을 품은 청첩장이 날아오길 바랍니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