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주의를 종식하고 동정의 땅에서 권리의 공간으로 이동하자!
장인권
시청 주변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식당이 몇 곳이나 될 것 같습니까? 놀랍게도 딱 한 곳뿐입니다. 울산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12.4%에 불과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탈 수 없는 버스라면 전부 교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게 상식 아닌가요? 누구도 자신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거잖습니까?
2015년에 UN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채택하며 “Leave no one behind(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이란 슬로건을 채택했습니다. 누구라도 또 그 어떤 이유로라도 차별과 배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확인이자 실천 약속이었습니다. 장애인 차별철폐! 장애인 권익보장! 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엄중한 과제입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장애인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제정한 지 올해로 40주년이 되었습니다. 1980년 당시 전두환은 지금의 미얀마에서처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광주전남시민을 총칼로 짓밟고 정권을 탈취해서 1981년 3월에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취임을 앞두고 군사정권의 이미지를 호도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 바로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더욱이 1981년은 UN이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란 가치를 천명하고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권이 제정한 장애인의 날은 UN이 천명한 가치와 정책을 전혀 담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의 날은 단지 군사쿠데타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시키는 최고의 액세서리에 불과했을 뿐이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장애인들은 기만과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선언하고 투쟁해왔습니다.
UN이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의 날을 제정한지 40주년이 되는 지금도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에게 사회참여와 평등은 여전히 암울한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국민이 아닙니까? 장애인은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겁니까? 국민의 행복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진 것은 국가라고 규정했잖습니까? 장애인도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구걸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절규입니다. 장애인은 동정의 땅에서 권리의 공간으로 이동하기를 원합니다.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종식하고 함께 살자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21 장애인 권익보장을 위해 6개 영역(?장애인 탈(脫)시설 지원대책 마련 ?장애인 위기대응 방안 마련 ?장애인 폭력피해자 지원대책 수립 ?장애인 의사소통권리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14개 과제의 정책요구안을 울산시청에 전달했습니다. 울산시가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정책과 예산을 반영해주기를 촉구합니다.
울산시민여러분께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를 요청합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이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추구하듯이 울산시도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울산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 장인권 님은 울산다울성인장애인학교 교장이며, 인권운동연대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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