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02 10:01
[167호] News, Human Rights !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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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교육상임위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
울산광역시의회 교육상임위는 울산교육을 과거로 되돌리려 하지마라!


제235회 울산광역시의회 제2차 정례회(11/7~17)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정례회는 8대 시의회가 진행하는 첫 번째 행정사무감사로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현 교육청의 정책에 대해 교육상임위의 많은 위원들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기에 더더욱 행정사무감사의 내용에 귀추가 주목된 상황이었다. 첫날 진행된 교육국 행정사무감사는 초중등교육과, 민주시민교육과, 교육혁신과 등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가장 첨예하게 논쟁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교육상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오갔던 시의원들의 질문과 설전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수준 미달이었으며, 미래교육의 방향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 채 수십 년 전에 있을 법한 입시와 경쟁 위주의 퇴행적 정책을 강요하는 부끄러운 장면들로 가득 찼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교육기본법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목적에 따라 시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폄훼하고 정치적 논쟁으로 몰아가기 위해 변질시켰다. 교육을 정쟁화하려는 교육상임위 의원들의 발언들이 울산교육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학생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나아가야 할 울산교육이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나왔던 몇 가지 우려를 살펴보면
첫째, 10여 년 전 비교육적이라고 판명되어 폐기된 일제고사를 요구하고 있다.

A의원은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학력을 진단하여 필요한 학생에게 기초학력 신장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학력 향상에 충분하지 않다며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학업 성취도 자율평가'의 전수평가실시를 제안했고, 이에 더해 B의원 또한 전수평가를 해야 한다며 강하게 요구하였다. 10여 년 전 비교육적이라고 판명되어 폐기된 일제고사와 무엇이 다른가? 교육부 차관조차 '맞춤형 학업 성취도 자율평가'의 희망학교 참여를 공식적으로 말했는데, 무슨 근거로 울산교육청에서 이를 전수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10여 년 전 일제고사를 통하여 학생,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의 폐단을 충분히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 또한 향상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미 확인하였다. 학교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과 자기주도력을 통해 학력 신장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 해야 한다.

둘째,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규칙의 역행을 요구하고 있다.

B의원은 ‘초·중등교육법 8조(학교규칙) 학교의 장은 법령의 범위에서 학교규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가지고 교장이 결정해야 하는 학교규칙을 교육청에서 강압적으로 바꾸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조4항에 따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규칙 제·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안내를 하고 이후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교규칙에 따라 학생, 학부모, 교원으로 구성된 학교규칙 제·개정위원회의 심의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공동체의 노력과 현재의 절차가 과연 민주적인 과정이 아니란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셋째,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민주시민교육을 반대하고 있다.

B의원을 비롯하여 C의원 등은 울산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과 포괄적성교육,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인권교육 등이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불온한 교육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교과서의 내용조차 보수정당의 이념과 비교하여 비난하는 등 오히려 스스로 옹색한 정치편향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사회의 위상에 맞게 더욱 고도화되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교육을 대학입시 성적으로 인식하는 편협한 시선이 있을 곳은 더이상 없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흔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제 상황에 맞닥뜨리며 배워나갈 것도 너무 많고 소중하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 대해서 알고 마을의 보살핌에서 성장하는 아이가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의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이하 땡땡마을)이다. 땡땡마을이 생기며 울주군에 있었던 각종 모임들과 마을교육공동체가 활력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기 위해 전국의 시도교육청에서 견학을 오고 있는 것은 울산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울주군뿐만 아니라 울산의 다른 구·군들에도 마을교육공동체가 점점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내년에는 구·군별 거점센터가 확대되어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통해 아이를 키우기 좋은 울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교육은 학교에서만 해야 한다는 시의원들의 발언은 교육을 지식전달 정도로만 깎아내리고 있으며 온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는 시대정신과도 너무나 맞지 않은 것이다.

다음 주부터 2023년 예산심의가 시작된다. 교육이 담당해야 할 마땅한 사업에 대해 예산삭감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확립된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조차 일거에 되돌리려는 교육상임위원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명분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구시대적 주장을 강변하는 교육상임위원회에 우리 울산교육을 맡길 수는 없다. 교육상임위는 무책임한 주장을 당장 거두길 바란다.

우리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023년 예산안 심의를 꼼꼼히 지켜볼 것이다. 또다시 명분없는 예산삭감 등을 통해 울산교육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울산시민들과 함께 대응할 것이다.


2022년 11월 15일
기자회견에 동의하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과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공무직노동조합울산지부, 전교조울산지부,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어린이책시민연대 울산지회, 울산교육연구소,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울산여성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산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함께’,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울산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울산지부, 울산민예총,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울산진보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더불어숲작은도서관, 울산겨레하나, 중구주민회, 북구주민회, 평화통일교육센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4.16기억행동,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정의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 (이상 27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