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0-02 12:55
[165호] 인권 포커스 Ⅱ - 부산형제복지원 사건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2,682  

부산형제복지원 사건

박용민


지난 2022년 8월 24일, 한국 사회에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역사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위원회 2020년 12월 1호 사건으로 접수받은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호 사건 접수 후, 2021년 5월에 이르러서 조사개시를 의결하였고, 약 1년 3개월의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형제복지원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최초로 알려진 1987년 2월을 기점으로 무려 35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신청사건(형제복지원)에 대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규명되었고,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진실화해위원회는 “사회통제적 부랑인정책, 사회복지 및 치안관계 법령, 내무부훈령 제410호, 부산시 부랑인 일시보호 위탁계약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부랑인으로 칭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서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에서 감금 상태에 있던 피수용자는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았으며, 국가가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음을, 조사결과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사실은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축소 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로서 형제복지원 시작도 그러했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을 종료하는 시점까지도 국가의 무책임이 크게 작동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을 통해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는 비록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은 사실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 규명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절실하고 절박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과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지원입니다. 국가 차원의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당연한 것이고,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 및 피해지원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에선 박정희 정권 때인 1975년부터 전두환 정권 때인 1987년까지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이 자행됐다. 공식 사망자만 513명이다. 사진은 1980년대 촬영한 형제복지원 내부. <출처 : 경향신문 자료사진>

부산시의 경우, 지난날 부산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도 있었고 부산시의회에서도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여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 조례도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 한계 또한 분명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언급했듯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피해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최초 접수 이후, 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약 620여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진실화해위원위에 신청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544명이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지난 해 2월까지 접수했던 191명에 한해서만 피해자 진실 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2월 9일까지 추가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사 범위가 방대하고 피해자 숫자도 적지 않은 터라 진실규명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돌아가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통과 상처 속에 살았으나, 본인들이 왜 그러한 삶을 살았는지 모른 채, 돌아가신 분들을 떠올린다면, 위로와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쓰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규명 과정은 ‘인권’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어온 모습과 맞닿아 있습니다. 즉, ‘인권’이란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본인들의 인권 유린 경험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실천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에게 남은 숙제는, 피해자들의 치열했던 인권 실천을 통해 규명된 진실 앞에서 국가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는 ‘인권’을 얘기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피해자들의 치열한 투쟁에 경의를 표하며,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인해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박용민 님은 부산광역시인권센터 소장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기억'캠페인>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이란 1960년 형제육아원으로부터 시작한 형제복지원이 당시 정부의 부랑인정책에 편승하여 불법적인 수용 및 감금이 진행되었고, 국가와 부산시의 직간접적인 배경 아래 거리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강제 납치, 수용하여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지른 사건으로서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38,437명이고, 5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사건의 진상규명은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 2015년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의 농성부터 2017년에 시작된 한종선, 최승우씨의 농성은 2020년까지 900일이 넘도록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러한 끈질긴 진상규명 투쟁의 결과로 지난 2020년 20대 국회 때, 과거사법 처리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30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여 현재 재판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명예회복과 피해자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부산광역시 인권센터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지원과 기억공간 설립을 위해 현재 파악된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숫자만큼 38,437명의 부산시민의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과 기억 공간 설립을 위한 서명에 동참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위의 QR코드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 기억캠페인>피해자지원과 기억공간 설립을 위한 서명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