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07 15:38
[164호] 인권 포커스 Ⅰ - 다시금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의 선을 잇자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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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의 선을 잇자

배예주


마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년 7개월이다. 한국 뉴스에선 소식이 사라졌지만, 미얀마 군부의 폭정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얀마 민중의 봄혁명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울산에서 작년 3월부터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과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시작한 집회도 해를 넘겨 지난 8월 21일 일요일에 80차를 맞았다.

미얀마 민주주의에 연대하는 활동가들은 주위에서 ‘요즘 미얀마 상황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을 것이다. ‘상황이 나빠요, 장기전에 접어들었지요.’로 대개 시작되는 대답에 고통이 스민다. 매주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한 주간 상황을 공유하면서도 좋은 소식을 찾긴 힘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미얀마 시민의 민주주의 봄혁명은 여전히 뜨겁다.

# 폭압의 군부
울산에서 80번 집회를 하는 동안 군부는 전쟁무기를 동원한 학살, 체포, 고문, 성폭행, 민가와 학교, 병원, 사람에게까지 이른 방화, 인간방패, 참수, 사행집행 등 쉴 새 없이 폭력을 자행했다. 물론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민주적 권리는 흔적도 없이 파괴당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의가 집계한 군부 폭력에 의한 최소 사망자는 2,200명을 넘었다. 구금자는 15,200명을 넘었고 국내실향민은 120만 명을 넘어섰다.

군부는 막강한 지배계급으로서 이번 3번째 쿠데타를 통해 소수민족지역을 포함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를 망라해 철권적 권력 장악을 매듭지으려 한다. 인권, 민주적 권리, 노동권 모든 피지배계급의 숨통을 끊겠다는 전략으로 국민을 학살하고 있다. 최근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했고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도 미얀마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군부는 여러 나라의 제재조치도 익숙하다는 여유를 부리며 러시아와 중국 등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군부는 이미 연방민주주의를 위한 민족통합정부NUG(2021.4.16.~)를 테러단체로 규정했으며, 군부가 아닌 이들의 권리를 원하는 것은 반국가행위자, 테러리스트라며 이들을 사멸하는 사명을 다하겠다고 한다. 양곤, 네피도 등 큰 도시가 있는 국토의 중간지역에선 삼엄한 통제와 체포, 첨단감시장비와 친쿠데타 민병대의 살육까지 동반한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 그리고 국경 인근 민족자치구 지역을 중심으로는 전쟁무기를 동원한 공습, 폭력을 퍼붓는 양상이 더 뚜렷해졌다.

# 민중의 저항, 유일한 희망
군부의 방식은 단순하다. 죽이거나, 거의 죽게 하거나, 죽을까 두려워 떨게 하는 것. 그러나 반대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미래세대에게 군부독재를 물려주지 않겠다, 내가 목숨을 걸겠다’는 결기는 비단 몇몇 사람의 이야기 아니다. 그래서 미얀마는 내전 중이다. 아직 이기지 못했고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군부를 타도할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힘으로 싸우고 있다.

최근 KBS가 군부의 공습을 피해 교실 바닥에 숨은 미얀마 아이들, 숲으로 피신하는 아이들 영상을 보도했다. 국민의 ‘수호자’라는 군대는 아이들 머리 위에서 전투기로 포탄을 발사하고, 땅에선 교사노동자와 총을 든 청년들이 아이들을 곁에서 지키는 모습이 방영됐다. 바로 이 장면이 미얀마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본다.

NUG 산하로 노동자민중 정당방위군(PDF)과 여러 민족자치군이 긴밀히 결합해 보잘것없는 무기지만 싸우는 모든 곳이 최전선이다. 삼엄한 도시에는 청년과 노조, 시민들은 기습시위 방식으로 최대한 체포를 피해 활동하고,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바닥으로 후퇴한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후원금을 모은다고 한다. 해외로 취업한 미얀마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재정기부에 큰 기여를 한다고 한다.

‘주체 의지’를 뺀 모든 상황은 좋지 않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성명서 정치. 군부 쿠데타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물가는 전보다 2~3배 뛰었고, 국민 절반이 빈곤 상태다. 숲속 난민캠프에서 아이들이 나뭇잎을 깔고 앉아 선생님을 바라보며 책도 없이 공부하고, 피난길에 약이 없어 허망하게 죽는 아이들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까맣게 불탄 마을에 넋을 잃은 어린이를 지키는 사람들은 지금도 군부에 맞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싸우고 있다.

# 한국에서 연대하기
8월 17일 UN 미얀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과 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아웅산 수치 고문은 당연히 만나지 못했다. NUG와 세계의 여러 인권단체가 군부를 인정하지 말아달라 요청해왔지만, 국제사회는 제대로 된 응답이 없다. 7월에는 윤석열 정부가 미얀마 군부와 러시아가 주최한 테러 관련 회의에 참여했다.

군부에 자금지원이 필수인 미얀마 진출 기업들은 여론에 밀려 철수한 토탈, 쉐브론 등 알려진 곳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체가 노조파괴 및 노조건설 봉쇄, 임금 삭감이 호재라며 현지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의 포스코, 한국가스공사와 대기업, 중소기업 등은 군부로 가는 자금동결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포스코와 한국기업은 군부와 관계를 단절하라’ 외쳤지만, 목소리가 부족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울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의 선 하나를 미얀마에 잇는다면 어떨까? 시민이 힘을 증폭시켜 미얀마로 함께 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미얀마 시민은 우리의 지지에 힘과 용기를 충전할 것이다.

8월 8일에 즈음해서는 울산의 78차 캠페인을 비롯해 106개가 넘는 단체가 ‘8888공동행동’에 함께 했다. 당시 기자회견의 한 구절로 글을 마치겠다. “우리는 다시금 다짐한다. 한국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국회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입법을, 기업들에겐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그리고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요구해 나갈 것이다.”

※ 배예주 님은 노동해방투쟁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