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7-01 10:49
[162호] 인권 포커스 Ⅱ - 사람 중심 ESG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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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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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 ESG를 말한다1)
- ESG 경영과 사회문제 해결 -
장지연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ESG라는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부상하게 된 계기는 EU의 ‘ESG 공시제’ 시행이다. EU는 2014년 ESG 공시제 도입을 결정했고 2018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이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후속 입법으로 환경·인권 보호와 관련한 공급망 실사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고 그 실행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2)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은 모두 이 제도의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된다. 이에 한국도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하에 단계적으로 2030년까지 코스피 상장기업의 ESG 정보가 공개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등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ESG 공시 의무화가 시작된다.3)
‘ESG’라는 개념 틀은 ‘기업과 인권’과 마찬가지로 기업 활동이 사회에서 일으키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안된 것이다. ESG는 환경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다국적기업의 탐욕을 제어하려는 글로벌 공조 체계에서 탄생했고, 시민사회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기업들의 자율적 동참으로 돌아가다가,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정보공개 및 실사 의무 부여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ESG 확산이 시작하는 지금,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문제 해결을 위해 ESG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
서울YMCA, 애경산업 ESG 평가등급 박탈 요구
지난 4월, 서울YMCA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애경산업의 ESG 평가등급을 박탈할 것을 요구했다.4) 애경산업은 지난해 10월 KCGS가 실시한 ESG 평가에서 종합 A 등급, 사회는 A+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애경산업은 옥시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조정안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조정안은 무산될 상황에 놓여 있다.
애경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관련 활동을 홍보해 가던 참이었다.5) 서울YWCA는 “국가재난 규모의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이 그 회복을 위한 노력 없이도 한 해 동안 평가에 유리한 데이터만 생산해내면 ESG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이런 경우에 시민단체들이 취하던 행동은 불매운동이었는데, ESG 생태계가 만들어 짐에 따라 새로운 행동 양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화, 재생에너지 사업 위해 집속탄 제조사업 철수
보다 영향력 있는 방법은 투자기관, 특히 공적 연기금 운용 기관을 움직이는 것이다. 한화는 집속탄 등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 배제 대상으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 필요한 자본조달 등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2020년 한화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집속탄 사업을 분리해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다시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종업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6) 이후 지난해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배제 대상에서 해제되었고, 현재 네덜란드의 반전.평화 단체 팍스(PAX)가 발행하는 ‘집속탄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제외되기를 기다리고 있다.7)
삼성증권, 호주 석탄광산개발 관련 사업 투자 철회
2020년 호주의 시민단체 ‘마켓 포시즈 (Market Forces)’는 호주의 석탄광산개발과 연관된 사업에 자금을 대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투자 철회를 요구했다. 호주는 2019년말부터 6개월간 대륙이 불탄 후였고, 호주 시민사회는 세계 최대 수준인 자국의 석탄산업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호주 청소년 기후행동’이 삼성증권의 계열사인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예고하면서 2020년 7월 삼성증권은 이 사업에 더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현지 환경단체에 보냈다.8) 이후 2021년 11월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은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탈석탄’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해결을 위한 활동 사례
ESG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2014~2015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들은 투자자인 노르웨이 연기금(NBIM), 발주사인 머스크(Maersk)에 해당 내용을 알리고 책임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9) NBIM은 윤리위원회에 해당 건은 회부하고, 한국에 와서 시민사회, 사내하청 노동조합 등과 면담 및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 머스크도 현대중공업이 안전기준을 준수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2016년을 전후해 조선산업에 불어닥친 엄청난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 활동은 지속되지 못했다.
# ESG 우수기업의 사회문제 대응 양상
한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배제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자체의 위해성 때문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발생시킨 환경파괴, 인권침해, 부패 등이 문제가 되어 선정된 경우도 있다.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 SK홀딩스/ SK이노베이션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각각 터키와 페루에서 진행된 인권 침해가 NBIM의 구체적인 투자 배제 사유가 되었다.10)
아이러니한 것은 이 두 기업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선정한 대표적인 ESG 우수기업이라는 것이다. ’18년에는 SK가, ’19~’20년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각각 대상을 받았고, ’21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SK와 포스코는 국내에서 각각 ‘사회가치 경영’과 ‘기업시민’이라는 의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 사업 절차 개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에서 ESG경영 대상을 받은 2019년에 ‘기업과인권 네트워크 (KTNC Watch)’ 등 시민단체들은 이 기업이 ‘다국적기업을 위한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밝혔다.11)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인 PT.BIA가 팜유 농장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삼림 파괴 및 선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구제책을 제공하거나 예방책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PT.BIA 사업에 융자를 실행한 한국수출입은행, 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인권실사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한국 연락사무소(NCP)에 이 내용을 진정하였다.
2년여 시간이 경과한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건에 대한 조정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종료했다. 한국 NCP는 그간 당사자 의견교환 및 조정절차 등을 진행하였으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히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국민연금공단은 지역주민 등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향후 사업과정에서 기업책임경영을 적극 이행할 것을 권고하였다.12)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조정 절차 중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인증을 취득했는데, NCP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진정인들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나 UNGP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13)
SK이노베이션, 페루 아마존 광구 가스 추출 사업 매각 시도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아마존 광구에서 가스를 추출해 해안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금지된 원시 부족과 접촉했다는 현지 NGO의 문제제기를 받은 바 있다. 2020년 스웨덴 공적연기금 AP7은 이에 관한 보고서를 근거로 모회사인 SK㈜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런 사실이 없고, 현지 NGO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체에 대한 지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매각은 올해 초 페루 정부가 매각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되었다. 씁쓸한 것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페루 광구가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어 새옹지마가 되었다는 기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14)
# ESG 경영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의 필요성
국내에서 ESG가 주목받기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들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변모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는 지난 정부가 사회적 가치 중심 국정운영을 기치로 공공부문 혁신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ESG는 기존에 우리 사회가 형성해 가던 ‘사회적 가치’ 담론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 가치’의 부각은 기업이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재무적 가치’로 수렴된다는 신자유주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는 기획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옹호’는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참여에 기반한 합의로 우선순위를 정해 이를 추구하는 공동체의 상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는 ESG가 추구하는 바와 유사하다. 이런 면에서 750여 개 중앙지방 공공기관들이 조금 빨리 ESG 경영을 시행해 본 셈이어서 그 경험과 시행착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통합적 접근과 윤리경영의 중요성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경영과 관련한 가장 극적인 사건은 작년 상반기를 달군 LH 사태이다. LH 직원들이 자사 사업계획과 연관된 부동산에 집단적 투기를 한 것이 시민단체에 의해 폭로되었고, 이는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글대던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질러 그 여파는 정부와 정치권 전체에 미치게 되었다.
그전까지 LH는 3년 연속 정부경영평가 A등급을 받았고 사회적 가치 경영 관련 각종 대회에서 수상 실적도 쌓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 우수기업을 선정해 자체적으로 시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이 분야 선도기관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이 사건 후 LH의 사회적 가치 관련한 대외 활동이나 소통은 모두 중단되었다. LH는 2020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고,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과 안전분야를 보다 엄정하게 보겠다고 밝혔다.15)
LH의 경우는 ESG 워싱에 해당하는 사례는 아니다. LH가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가리기 위해 사회가치 경영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ESG 쇼잉의 위험성, ESG 경영에 대한 통합적 관점과 접근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사례이다.
LH 사태를 지켜본 기관들은 사회적 가치 중심 경영이란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을 실현하고 성취하는 것 못지않게 하지 말아야 행동을 철저히 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조직에 켜켜이 쌓인 어려운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잘 해결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구조와 절차, 방법론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만든 위기 속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이행을 위해 전세계가 조심스럽게 합을 맞추어 가기 시작한 지금, ESG 선도기업을 향한 갈채는 대외적으로 반짝이는 일을 많이 하는 기업보다는 조직의 난제를 용기 있게 직시하고 지속가능경영 원리에 따라 그 문제를 끈질기게 풀어 가려는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를 시기적절하게 찾아내고 각자가 가진 영향력을 협력적으로 발휘해 해결해 가는 과정 자체, 그 구조와 절차,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린 택소노미, 소셜 택소노미 등 시대적 관심사를 반영해 생산되고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에 과도하게 위임해 둔 권한을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히 회수해 행사하면서 서로의 영향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ESG 생태계는 시민사회, 금융기관, 언론, 전문가 집단, 정부와 공공기관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의 역할을 인식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작동할 수 있다. ESG 생태계가 작동된다면, 시민들은 소비자로서 불매운동이라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게 되고,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투자기관을 통해 기업에 다각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고, 기대해 본다.
1) ‘2022 제3회 기업과 인권 울산콘퍼런스’ 2세션 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장지연 경영기획실장의 발표자료입니다.
2) 2021. 3. 10, EU의회 <기업 실사 및 기업 책임에 대한 결의안> 채택
2022. 2. 25, EU집행위 <기업 지속가능성 공급망 실사 지침> 발표
3) 2021. 1. 14, 금융위원회,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발표
4) 이승균 기자, “서울YMCA, KCGS에 애경산업 ESG 평가등급 박탈 요구”, 데일리임팩트, 2022. 4. 21
5) 서민지 기자, “애경그룹, 첫 사외이사 의장 선임... ESG 경영 본격 가동”, 아주경제, 2021. 8. 17
6) 한동희 기자, “한화 ‘비인도적 무기’ 집속탄 사업 분리”, 서울경제, 2020. 10. 23
7) 김주영 기자, “네덜란드 NGO, 한화 태양광 투자 운명 가를 보고서 곧 발표 …블랙리스트 빠지나”, 머니투데이방송, 2022. 5. 30
8) 송윤경 기자, “호주 청소년 ‘삼성 불매’ 예고에...삼성 ‘호주 석탄터미널 손 떼겠다’”, 경향신문, 2020. 7. 20
9) 이상수, “11장.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인권경영, 세상을 바꾸는 패러다임』, 2022, 태학사
10) 대신경제연구소, 「해외 주요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의 책임투자와 투자제한 동향으로부터의 시사점」, 2021
11) KTNC Watch 등, 「파푸아의 아물지 않은 상처」, 2019
12)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개발관련 조정결과 발표”, 2022. 1. 18
13) KTNC Watch 등,“팜유 농장으로 삶의 터전 잃은 토착민들에게 구제책 제공 못한 한국 NCP 규탄한다” 2022. 1. 22,
14) 김종성 기자, “SK이노베이션, 페루 광구 팔렸으면 어쩔 뻔...매각 무산 ‘새옹지마’”, 아이뉴스24, 2022. 6. 10
15) 박민석 기자, “LH, 윤리경영 오점탓 D등급으로 추락...경영평가 발표 희비 엇갈려”, 데일리임팩트,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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