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풍력발전!
서민태
지난 5월 7일 네 번째 해파랑길을 걸었다. 이번 일정은 핵발전소가 있는 기장 월내에서 출발하여 진하해수욕장까지 걷는 것이다. 이 길을 걷는 나의 마음은 간절함이 가득하다.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달라지면서 환경운동가들을 얼마나 실망시키고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외면할까 두려움이 앞선다.
출발지인 월내역까지는 광역전철을 이용했다. 새롭게 지은 월내역은 깨끗하고 조용하였다. 시원한 바닷바람마저 상쾌하였다. 멀리 회색빛 우울한 콘크리트 돔, 핵발전소가 거대하게 보였다. 가장 가까운 고리1호기는 1978년에 가동이 시작되어 30년간 설계수명이 다한 후에 또다시 10년 재가동하고 2017년 6월 19일에 영구히 멈췄다. 이곳을 얼마나 많이 찾아왔던가! 이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들도 만나고, 모두 함께 걸으며 탈핵 활동을 했다. 1호기가 멈춘 것도 다 탈핵 운동의 결과라고 본다. 차후에도 설계수명이 다한 발전소는 모두 멈추길 기대한다.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설계수명이 다하면 수명 연장 없이 멈추겠다고 공약을 했다. 하지만 친원전정책을 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2023년 4월 8일 멈추기로 되어 있는 고리2호기는 연장할 것이 뻔해 보인다.
이런저런 씁쓸한 생각으로 숲길을 지날 때 수많은 송전탑이 보였다. 송전탑 중에서 765kV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철탑과 달리 기둥 4개가 원형이라 눈에 쉽게 띈다. 송전탑을 보니 지난 2012~3년 밀양송전탑 투쟁이 생각났다. 이 송전탑은 울산에 있는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광역전력망이 있는 경남 창녕까지 보낸다. 투쟁 당시 수없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힘겨루기를 했다. 우리는 송전탑이 있는 산 위로 가려고 하고 경찰은 저지하고, 이런 싸움과정에서 시골 마을의 공동체도 철저히 파괴되었다. 순수한 마을 주민들을 서로 갈라치게 만드는 게 바로 ‘돈’이었다. 보상금으로 주는 돈을 누구는 받고 또 누구는 반대하면서 결국 돈을 받은 주민과 받지 않는 주민은 원수처럼 지냈다. 저급한 갈라치기로 이간질 시킨 것이 바로 ‘돈’이고 주범은 ‘한국전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으니 이간질하기에 딱 좋은 돈!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밀양송전탑의 끈질긴 싸움의 결과, 송전탑에서 만들어지는 전자파는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인정하고, 밀양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송전탑 근처 주민에게 돈이나 전기료 할인으로 보상을 하고 있다.
부산을 벗어나 조그만 시냇물을 건너니 울산이다. 눈앞에 또 우울한 회색빛 거대한 돔 4개가 보였다. 현재 신고리 3. 4호기는 완성 후 가동 중이다.
바로 옆에는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 중이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 최대 밀집 지역으로 부산에 6개 울산이 4개다. 처음 계획은 울산에 신고리 7, 8호기까지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중 7, 8호기는 경북 영덕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영덕에서도 끈질긴 탈핵 운동으로 영덕 핵발전소 건설계획은 완전히 폐기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점심때가 되어 회원이 준비한 밥을 먹었다. 매일 핵발전소를 보면서 밥을 먹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기분이 묘했다. 식사 후 간절곶까지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멋지게 펼쳐진 동해바다를 보면서 차후 설치될 멋진 부유식 해상풍력을 상상했다. 완성되면 총 9.6GW 규모이다. 단순 용량을 비교하면 핵발전소 7개 규모와 맞먹는다. 풍력발전소는 바람만 있으면 무한정 사용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전기가 생산되면 핵발전소를 차례로 멈출 수 있다. 또 울산시민은 기본소득처럼 일정 금액과 가정용 전기료도 지원받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울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이는 우리가 산유국을 부러워하듯이 울산도 타 도시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진한 부유식 해상풍력도 친원전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찬바람을 세게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진하해수욕장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부는 바람 때문에 눈뜨기가 힘들었다. 얼마나 세게 불던지 몸이 휘청거렸다.
그래! 바람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정부의 어리석은 정책에 휘둘려 이대로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울산시민 모두가 풍력발전소 완성에 강력하게 힘을 실어야 한다. 울산과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자랑이 될 것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 서민태 님은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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