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03 17:44
[161호] 시선 셋 - 5월의 서생 바닷가 해물라면 끓이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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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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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서생 바닷가 해물라면 끓이기 작전
윤경일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지난 2월부터 해파랑길 걷기 회원사업을 하고 있다. 걷기를 그리 즐겨하지 않는 나로서는 지난해까지 해오던 영남알프스 등산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런데 이번 5월 7일에는 임랑 해변부터 진하 해변까지를 걷는 해파랑길 4코스가 예정되었다. 문제는 요 해파랑길 4코스가 내 고향 서생의 우리 본가 앞을 지난다는 것이다.
걷기를 싫어하는 자라도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이사쯤 되는 자라면 뭔가라도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시작하는 걷기가 우리 집 앞을 지날 때가 마침 점심쯤 되겠다는 생각에 라면이라도 끓여서 걷고 있는 회원들의 사기도 올려주고, 이사 체면도 살려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라면이야 마트에서 사면 될 터이고, 특이하게 바닷가니 해물라면을 끓여보자 까지 갔는데, 아차차 서생은 해물이 그리 풍성한 곳이 아니기에 직접 바다에서 담치라도 캐나 어쩌나 고민하니, 술자리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한주희 감사님이 본인 댁에 홍합살을 얼려놓은 것이 있으니 지원하겠다고 선뜻 말을 건네주신다. 아이고! 일단 하나는 해결되었다.
식재료는 그렇다 치고, 먹는 장소는 어떡하나? 서생 본가 바깥마당이 바닷길 옆이니 식사 장소의 풍경은 해결이고, 오월의 한낮 볕을 막아줄 차양도 쳐야 하고, 앉을 바닥은 어쩌나 하는데, 역시나 시골 동네 창고는 보물창고다. 밥상이 두 개 정도 자리 잡을 딱 맞는 장판이 떡 하니 말려 있다. 차양은 가을에 곡식 말리는 타포린 천막(갑바) 천 네 귀퉁이를 마당 기둥에 묶어 해결하고, 육수를 내고자 휴대용가스버너에 솥을 걸려 하니 월내역부터 따라와 점심준비를 도와주던 이세호 운영위원님이 부엌의 가스레인지를 쓰는 것이 낫다고 조언해 주신다.
역시 모든 일은 맞들면 낫다. 이번 해물 라면 작전에서 직접 칼을 들고 김치. 단무지, 대파, 청양고추를 썰어 주시기도 한 숨은 공로자이다! 대충 세팅을 마무리하고 먼저 우리끼리 시식을 해보자고 육수를 작은 냄비에 붓고 라면을 부수어 넣는데, 어라~ 저 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다. 급히 또 다른 냄비에도 라면을 더 많이 넣어 끓인다. 물론 애주가이신 공동대표님과 연구소장님을 위한 25도 진로와 맥주도 준비되어 있다. 해놓은 밥도 덜어 와서 들이밀고 해변의 오찬이 시작된다.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니더라도 잔치 같은 분위기라고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면서 말씀을 건네신다. 볕 좋은 날 바닷가에서 라면에 소주는 빨리 불콰해진다. 진하까지 걸을 분들이 출발하고 낙오병들이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더니 낮잠 삼매경에 빠지고, 온갖 살림을 원위치시키고 설거지를 하려는데, 어라~ 본가 보일러 수리 때문에 급수가 중단이란다.
설거지 거리를 물에 담구고 죄송하게도 뒤처리는 노모에게 부탁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김치를 맛있게 먹어 감사하다면서, 오지랖 넓은 모 인사가 노인네들 드실 막걸리 10병과 빵을 사놓고 갔다는 후문이 있어 그나마 설거지에 대한 죄송함이 갚아진다. 그나저나 아직 한 감사님이 주신 홍합살이 남았는데, 오월이 가기 전에 해물 라면 2차전이나 해볼까나^^
※ 윤경일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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