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정책의 방향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를 비롯하여 지역의 교육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 1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상임대표 박영철)에서는 지난 4월 1일부터 22일까지 학부모, 교사,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울산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의제를 제안하기 위해서 진행되었으며, 총 852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울산교육연대는 이 설문조사를 기초로 4월 27일 ‘울산교육의제 나눔을 위한 정책제안대회’를 개최하고 분야별 모둠 토론을 통해 제안내용을 구체화하는 정책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을 통해서 마련된 교육정책은 6월 1일 시행될 지방선거의 울산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교육감 후보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내용은 미래를 준비하는 울산 교육의제의 방향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한 교육의제 선정이 중심적으로 다뤄졌으며, 현행 교육정책 중에서 확대 및 강화가 필요한 교육정책은 무엇이며, 2022년 이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할 교육의 내용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울산교육은 미래세대에 필요한 진로교육과 학력을 증진시키는 입시와 경쟁위주의 교육정책보다는 학생, 교사,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어가기 위한 인권친화적 학교를 조성하는 것과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의제의 방향은 학력배가가 아닌 학생들이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60.6%로 교육공공성실현 42.3%까지 포함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41.4%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요도를 기준으로 선정한 교육의제는 이러한 방향에 맞게 학생을 중심으로 학급당 학생수의 축소와 국가돌봄체계마련,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학교 내 평등한 관계설정에 주목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미래준비 교육 등에 대한 요구는 예상과 달리 높지 않았다.
또한 확대나 강화가 필요한 교육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학력격차해소, 교육복지 등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과 인권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하고 있으며, 강화해야할 교육의 내용 역시 인권교육 46.7% 노동인권교육 27.5%로 진로교육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보다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교 안에서의 가장 큰 고민으로 선택한 내용은 수업의 질이나 진로교육이 아닌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문제(62.1%)와 학교폭력, 성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에 대한 요구(55.1%)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자녀교육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당연히 구성원간의 관계문제 해결과 폭력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울산교육정책의 방향이 인권친화적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모아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인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교 밖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인터넷 중독(65%)이 압도적인데, 이는 오히려 변화된 인터넷 환경에 맞는 교육이 부재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속에서 아동청소년들이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교육공간이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학생들에 대한 놀이와 배움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닌지 되묻게 된다.
설문조사결과는 대입 입시에만 몰두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교육에 대한 반성과 입시경쟁 교육이 가져오는 각종 폐해로부터 상처받는 아동청소년을 보듬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민되는 점은 공부가 아닌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한 바램이 가장 큰 고민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서글퍼지는 교육현실이다.
결국 ‘입시 경쟁 교육’만을 앞세운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과 학교 운영이 가져오는 각종 인권 침해와 학교 교육의 파행을 바로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교육정책의 핵심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으로 학력을 높이는 것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할 기본적 소양을 배양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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