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공약 철회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라!
강정희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를 아무런 설명 없이 올렸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선거에서 2030 청년의 표를 얻기 위한 얄팍한 속셈으로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부추겼다.
당선된 이후에도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차별을 개인의 문제로 본다고 말하고 있고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며 여가부 폐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여성들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도 하기 전에 전국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울산의 여성, 시민사회단체들도 국민의 힘 울산시당 앞에서 규탄 집회를 시작으로 민주당사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여가부 폐지를 왜 반대하는지 알렸다. 또한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의 개편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울산의 국회의원들에게 여성들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말처럼 정말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을까?
올해 3・8여성의 날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미니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지수에서 조사 대상 29개국 중 우리나라가 29위라 발표했다. 성별임금격차는 31.5%로 1위이고, 기업의 채용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여성들은 일자리를 먼저 잃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육아와 가사노동 등 무임 돌봄 시간은 늘어났다.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20년 4월 강력범죄 중 성범죄가 91% 차지할 정도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난다. 2021년 정부지원을 받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지난해 보다 40%가 늘었고 남성피해자도 2배가량 증가했다. 젠더기반 폭력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 여가부 폐지 공약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성가족부는 600조가 넘는 정부 예산의 0.24%인 1조 4115억 아주 작은 부서이다.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지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 등 청소년 활동 및 사회안전망 강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왔다. 여성의 경제 참여를 높이기 위해 경력단절 여성 지원사업 등의 일을 해왔다.
그동안의 성과를 보면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는 젠더폭력 지원시스템 체계화했다. 80~90년대부터 여성 운동가들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희롱, 성매매 등 젠더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강하게 했고 여성가족부가 그것을 받아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체계를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특히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보호는 무엇보다 성평등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 젠더폭력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에 근거해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여성폭력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2018년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 제정을 했다. 젠더폭력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했고 2차 피해방지 책무를 명문화하고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지원 법적 근거 만드는 역할도 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는 정부 안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성인지 정책을 분석하고 성별영향평가 등을 집행하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높여왔다. 부족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조직은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 국가의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가 있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성평등이 국가의 주요한 의제인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여성의 인권과 가치를 왜곡해온 문화와 제도와 폭력, 차별적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우리에게 국가 성평등 사업을 총괄할 전담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가 있어야 국가 정책부터 지방의 정책까지 성평등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나라, 소수자가 차별받는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없다.
존재하는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를 없앨 것이 아니라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맡겨진 책무이다. 여성, 소수자, 그리고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당선인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 강정희 님은 울산여성회 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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