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목소리로 성평등 정치로!
김미영
20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3월 5일 114주년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의 하나로 울산여성연대가 주최한 울산여성대회가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렸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면서 대선후보자가 sns에 적어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에 분노한 여성시민들은 “혐오정치 그만! 성평등 정치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선주자들에게 여성도 주권자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성평등, 성범죄, 재생산, 돌봄, 노동에 대한 생각은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는 무고죄 중에서도 그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실제로 성범죄가 있었던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정확히 입증해 내지 못하면 역으로 무고죄로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될까 봐 신고도 못 하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실로 놀라운 ‘성평등 공약’입니다.
성불평등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출산에 대해 보인 관심은 또 어떻습니까?
오로지 ‘출생절벽’에만 관심 있는 듯 보이는 공약은 여성에 대한 인권은 전무하고, 어떻게 해야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안전한 삶이 가능할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장시간 노동도 필요하면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최저임금을 받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최저임금 이하를 주고도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노동자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저출생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마련해 놓은 ‘일과 생활을 균형’조차 무시하는 듯 보입니다. 출생의 문제와 모두의 삶의 질을 따로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불평등한 사회로 퇴행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은 유독 갈라치기가 심했던 선거였습니다.
20대 청년들을 갈라친 결과 20대 여성과 남성의 표가 현저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들다’고 주장을 하는 남성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예시가 군대 문제입니다. 우리는 종종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을 듣는데, 이 말에는 남성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평등 혹은 성차별과 관련된 주제로 군대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군대 문제는 남성이 여성에게 차별이나 착취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군대 문제는 가부장이 지은 국가와 군사의 집에서 그 규칙을 따르고 있는 국가의 책임이지 성평등의 문제로 갈등하고 충돌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시기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인권감수성도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부장제나 남성중심주의사회의 남성특권, 여성에 대한 혐오 등 차별과 억압의 사회구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소수자가 이야기하는 차별과 억압은 차별과 억압이 아니라 ‘사회규범’으로써, 원래 그런 것 혹은 그래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고, 자신들이 믿고 있는 세상, 유지시켜야 하는 세상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평등한 사회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며 실천하며 살 기회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다양성의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그런 사회에 살고 있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제 사회적 소수자들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성 존중을 기반으로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할 때 우리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솟을 것입니다. 차별과 억압의 구조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침묵하는 것’ 입니다. 그리하여 나의 침묵이 차별과 억압의 구조가 지속되게 하는 것입니다. 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행동을 만든다는 것과 개인의 선택이 모여 다시 사회구조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개인과 사회구조의 관계는 양방향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통제당하는 순간 우리의 삶도 통제될 것입니다.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울산여성의 목소리가 모일 때 사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날 성평등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 그리고 평등한 미래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담대한 목소리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칠 때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한 세상이 구현될 것입니다.
※ 김미영 님은 울산여성의전화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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