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4-03 21:25
[159호] 시선 하나 - ‘있겠습니다’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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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3,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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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겠습니다’와 ‘하겠습니다.’
김창원
“지금부터 0000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국기를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예를 표해주십시오. ”
어딘지 모르게 예전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몸이 불편한 참석자들을 배려한 말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2017년 국민의례 규정이 개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국민의례 규정을 보니 당구장 표시(※)로 ‘사회자는 행사 시작 전에 국민의례 시 장애인 등 일어서기 어려운 참석자를 배려하는 적절한 안내 실시’라고 되어있다.
익숙하지 않은 문장은 더 있다.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가 아니고, “먼저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라고 한다.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애국가를 제창하겠습니다.”라고 한다.
50 중반을 넘어서는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장이다. 늘 “있겠습니다.”였다. “있겠습니다”라는 말에는 행사순서를 알린다는 의미다. 다음 순서는 이렇게 진행되니 순서에 따라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바꾸었더니 의지가 담긴다. 주체(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지를 나타내는 듯하다. 비로소 주인이 된 느낌이다. 주체의 의미가 담긴 어미 ‘-겠-’의 힘이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올리겠습니다.’로 바뀌었다.
2017년 국민의례 규정이 개정되었지만, 아직도 행사장에서는 “있겠습니다”를 흔히 만난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때문이리라. 개정된 사실을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문제의식도 가져보지 않았으리라. 솔직히 나 역시 별 문제의식 없이 흘려 들어왔다. 가끔 행사 진행을 맡게 되는 경우에도 익숙하게 ‘있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금 더 신경 쓰고 보니 참석자를 소개할 때도 말을 고치는 게 좋겠다. “000님을 소개드리겠습니다.” 또는 “000님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고 한다. 대부분 사회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소개할 사람이 윗사람이거나 어른일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소개할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에서 말을 하게 된다. 참석자를 중심에 두고 말을 한다면 “000님을 소개합니다”가 되지 않을까?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소개할 사람보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도 있을 테니….
나아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자리에서 예를 표해주십시오’라는 배려의 말을 한다면, 조금 더 배려하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국기를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에서 ‘모두’를 빼면 더 좋겠다.
※ 김창원 님은 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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