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을 걷다.
서민태
2월 초, 카톡에 박영철 대표가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해파랑길을 걷는다고 전했다. 내가 아는 분 중에 해파랑길을 완주한 분도 있어 이번 기회에 꼭 걷고 싶어 신청을 했다.
처음 계획은 신복로터리에서 개인차로 출발지까지 가기로 했으나 태화강역에서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기대하는 2월 12일 토요일 8시 15분, 나는 태화강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평상시에 거의 모든 울산시내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태화강역에는 8시 경 도착했으니 생각보다 빨리 갔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전철이 개통됐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타기는 처음이다. 개축한 태화강역은 깨끗하고 쾌적하였다. 플랫폼에 가서 일행들을 만났다. 행사준비팀에 따르면 지난해 울주 9봉 등산을 하였고, 올해는 해파랑길을 매달 첫째 주 토요일마다 걸을 계획이라고 한다. 걷는 과정에 핵발전소 주위는 탈핵단체와 연대하여 걸을 계획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계획이다. 지금은 하나의 단체보다 서로 연대하여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올해 목표는 경북 감포항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일행 중에 낯익은 전교조 교사인 강수남, 김봉화 , 최귀선 쌤이 있어 더욱 반가웠다. 덕하역에서 오문완 대표 등 추가로 합승하여 완전한 팀이 되었다. 우리 일행은 총 13명이다. 오늘 하루가 무척 기대된다.
오륙도가 보이는 선착장까지 가는 길은 좀 복잡하였다. 벡스코역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탄 후 부경대역에서 하차하여 오륙도 선착장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괜히 승용차를 가져가면 차가 되려 짐이 될 수 있다. 오륙도 선착장이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자료를 검색해보니 대한민국 둘레길은 총 4개다. 해파랑길이 동해안을 따라서, 남파랑길이 남해안을, 서파랑길이 서해안을 따라, 마지막으로 휴전선을 따라 DMZ평화의 길이다. 평화의 길은 강원도 고성에서 철원까지 10일 동안 걸었었다. 한반도 둘레길 걷기를 죽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바다를 보니 속이 시원하였다. 날씨도 따스하고, 바다 바람도 불어와 걷기에는 최적이었다. 추울 것으로 예상하여 입은 두꺼운 옷이 부담스럽다. 오륙도를 보면서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노래가 자연스레 흥얼거려진다. 선착장 출발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본격적으로 걸었다. 오른쪽은 시원한 바다이고 왼쪽은 산, 이곳 전체를 이기대라 부른다. 도심에 바다와 산을 동시에 보고 걸을 수 있어 참 좋다. 내가 본 이기대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농바위이다. 어떻게 자연이 바위를 탑처럼 쌓았을까? 볼수록 신기하다. 목도 마르고 땀이 나던 차에 때마침 추억의 아이스께끼를 만났다. 얼마나 맛있던지 먼 곳까지 가져온 아이스께끼 청년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전한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신기한 것은 이기대 바닷가에 구리광산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안내판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구리를 캐 갔다고 했다. 긴 갱도가 수평으로 550m, 수직으로 380m까지 팠다고 한다. 일제가 수탈한 흔적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나라를 못 지키니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노예처럼 일을 했을까? 그 구리광산의 광부 대부분은 당시 우리들의 할아버지였을 것이다. 울산 남구에 있는 태화강 동굴피아가 생각났다. 이곳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동해에서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여 군량미, 기름, 무기류 등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동굴이다. 그런 동굴을 지금은 관광장소로 만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광안리 해수욕장에 접어들었다. 해수욕장은 관광객이 무척이나 많았다. 코로나 걱정, 취직 걱정 등을 잠시 잊기 위해 바람을 쐬러 나왔으리라. 커피 한 잔과 캔 맥주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해수욕장을 지나 민락동을 거쳐 수영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니 처음으로 보이는 게 요트였다. 부자들의 상징이 요트 아닌가! 이런 고급 요트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돈이 많을까?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이후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다. 부동산의 경우 상위 1%가 전체의 55%를, 상위 10%가 전체의 약 97%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요트경기장을 지나니 유명한 해운대 센텀시티 고층빌딩숲이다. 해안선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높은 게 멀리서 딱 봐도 눈에 거슬렀다. 지구 중력을 얕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있다. 고층에 사는 입주민이 1층까지 오르내리면서 얼마나 많은 전기에너지를 소비할까? 인간의 탐욕이 보인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처럼 서로 언어소통을 못하게 되어 탑 쌓기를 멈춘 것같이, 고층아파트 주민들끼리 서로 언어소통도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현대 문명화된 우리들의 삶에 물음표를 던진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면서 동백섬 입구까지 걸었다.
여행의 백미는 뒤풀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일행도 남창 옹기종기시장에서 합류한 윤경일 회원과 함께 뒤풀이를 하였다. 다가올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진보 후보가 승리하길 바라면서 보람된 하루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환경사랑 실천을 위해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 사진촬영을 함께했고 길가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벌써 3월 달이 기다려진다.
※ 서민태 님은 인권운동연대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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