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27 22:38
[177호] 여는글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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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이영환


요즈음 2주 간격으로 전북 군산을 오가고 있다.
5시간여를 차로 달리다 보면 온통 황금빛 물결이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들판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산에도 조금씩 울긋불긋 색깔이 더해진다.
며칠만 지나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라 마음도 덩달아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사회의 활력은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장사가 되지 않아 임대로 나온 상가가 눈에 띄는 빈도가 늘어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만 늘어나는 추세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1%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은 경제개발 5개年 계획실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치다.
경제적인 상황만 어려운 게 아니고 사회 전반적으로 총체적인 난맥상만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2년여가 지나가는데 제대로 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기상천외(?)한 해법과 핵오염수 방류를 소 닭 보듯이 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으로의 경도된 외교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듯하여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태원 참사로 백 수십 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으나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고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이번에는 물난리로 또 다른 희생을 보았으나 이 또한 그냥 넘어간다.
세계적인 잼버리 행사를 유치하고도 준비가 미흡하여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해병대 1사단 채일병의 죽음을 수사한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무리하게 몰아가고 육사교정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념적 잣대로 철거하기로 하여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일련의 행위는 국방도 미덥지 못하게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각국에서는 탄소제로와 재생에너지로의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정책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아지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더욱 큰 문제는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으로 돌리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계와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를 적대시하는 모습은 지난 군사정권을 보는 듯하다.
인구절벽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인구감소는 청년 세대에게 국가나 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나 기둥이 될 수가 없다는 방증이고 전통적인 다인 가족이 변하고 있다는 실증이다.

이러한 모든 문제가 비단 윤석열 정부만의 실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최소한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안 보여 더욱 암담할 따름이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인권지수가 낮아지고 서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며 기득권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데 그 정도가 심하면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변화는 중앙정부만이 아니고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시, 도지사의 정치 이력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지고 선후, 경중이 바뀌고 만다.
전국의 17개 시, 도에 설치된 인권위원회도 대부분 연임이 되지 않고 해촉이 되었으며 진보적인 조례나 정책들이 폐기되고 있다.
아무리 이념과 색깔이 달라도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기준의 정책과 방향은 따라야 불이익이 없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층에 세금을 더 지원하고 최소한의 삶이 보장될 수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중국인들이 태평성대라고 일컫는 요・순 시대는 바라지 않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힘을 내 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를 생각하며 한가위의 풍성한 보름달의 기운이 온 누리를 축복하기를 기원한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