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
송주홍 저 / 시대의 창 2021 / 정리 : 최귀선
서른 둘, 이혼이란 걸 하고 현실도피와 생계유지를 위해 육체노동에 관한 막연한 동경으로 노가다판으로 향한 지은이는 처음엔 머리나 식힐 요량이었으나 ‘노가다밥’ 먹은 지 3년차 지금은 노가다꾼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노가다판도 수많은 사연과 감정과 함의가 뒤엉켜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천대받고 무시당하고, 동정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적어도 “너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가다 일 하며 보고 듣고 겪은 일반인에게 다소 신선할 수 있는 일을 글로 옮기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하는데 재밌다. 진짜로
1부 노가다 입문은 노가다꾼이 된 이유와 ‘나는 노가다꾼이다’를 고집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노가다판 첫발을 들이는 인력사무소와 용역, 사람들의 풍경을 거쳐 노가다판 생초짜들이 겪는 노가다판 언어의 장벽, 직영의 개·잡·부와 다양한 영역의 잡부를 거쳐 형틀목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재미있게 읽다가 ‘아~, 그렇구나!’하는 순간들이 제법 많아 가볍지만은 않다.
일당의 10%를 소개료로 떼는 인력사무소가 과한 느낌이었는데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합당하게 여겨지고, 노가다판 왔다가 1주일 안에 그만두는 생초짜들을 위한 ‘노가다 현장 용어 사전’ 출판과 전국 인력사무소에 배포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가서, 투바이 못 좀 죽여라’ 편이 너무 생생하여 이 책 마지막에 실린 ‘노가다 현장 용어 사전’만이라도 전국 인력사무소에 비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m 높이에서 떨어져서 병원에서 1년이나 있었고 무서워서 노가다 못하겠다고 1년 더 쉬었는데 먹고 살아야 해서 다시 나왔다는. 그렇게 20년을 더 견뎌내신 반장님의 애환은 짐작조차 어렵다.
1부 마지막에 지은이는 제안한다.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다니는 직장이 영 맞지 않아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기타 등등의 이유로 현재 삶에 불만이 있거나 변화를 바라는 사람. 그래서 눈앞에 놓인 몇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떤 걸 택할지 고민하는 사람. 선택지에 ‘노가다’도 끼워줬으면 좋겠다고 노가다의 장점과 매력을 늘어놓는다. 제일 중요한 돈! 밥벌이 수단으로 노가다꾼, 괜찮다. “대신, 일 많이 하잖아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실제로 일하는 건 여덟 시간쯤이다. 직장인이랑 비슷하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10년 뒤에 반장 할 사람이 없어 젊은 노가다꾼 전망은 더 밝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노가다 판은 일한 만큼, 딱 그만큼 결과가 나와 인풋 대비 아웃풋이 명확해 정치질이 필요 없고, 땀 뻘뻘 흘리며 종일 몸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무념무상에 들어 겉치레 다 걷어내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런 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우면 뭐랄까. 침대에서 5센티미터쯤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그러나 노가다꾼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것 또한 제시한다.
먼저 시선, 난 아주 즐겁고 행복한데, 그래서 당당해지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노가다꾼이라고 나를 소개하면, 이따금 조롱과 멸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노가다가 왜 노가다인 줄 알어? ‘가다’(자세를 속되게 이르는 단어로 어깨를 뜻하는 일본어 かた[가따]에서 파생)가 없다고 해서 노No가다여.”
거북한 시선이야 ‘정신 승리’로 극복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안전사고 앞에서는 답이 없다. 노가다 판에서 부러지고, 찢어지고, 파열되는 사고도 왕왕 터진다. 추락, 전도, 낙하(노가다판 3대 안전사고) 사고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물론, 사망 사고도.
2부 노가다 현장은 직영반장, 곰방꾼, 미장공, 철근공, 비계공, 지게차, 해체·정리꾼, 형틀목수, 아줌마 3대장 등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작업과 성향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노가다 판에서 일하는 노가다꾼으로 뭉뚱그려 보았던 것을 각각의 사람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아파트 벽에 오물이 들어가 시공된 상황’이 뉴스에 등장하는 이유를 단박에 이해되었고, 우리나라 오야지들의 횡포나 그들을 낮춰 부르는 말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한편, 어쩌면 저들도 일상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전쟁 속 군사들의 일상에 비유하면서도 건설노조 상경투쟁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성과도 전망도 희망적이다.
에필로그에서 지은이는 노가다 판에서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걸 기록하는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라며 나만큼 노가다 판을 이해하는 글쟁이는 드물 거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을 굳이 나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라면, 마침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보고 싶다며 마무리한다.
전체적 느낌이 유쾌하여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시작해서 2021년에 마무리되어 그나마 희망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하고, 2023년 현재 쓰고 있는 글은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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