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족 이념을 넘어선 가족구성권 3법 발의
이승진
유엔 세계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 이르면 한국이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이 중국 내 특별행정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사실상 고령국가 1위가 된다. 고령화 정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다. 한국은 2050년 생산가능인구 4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은 한국에 이어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그리스, 싱가포르, 슬로베니아, 태국, 독일, 중국,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순으로 고령 국가 상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추계에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천600만 명에서 2050년 2천400만 명으로 1천200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은 950만 명에서 1천800만 명으로 급증하고, 아동·청소년은 580만 명에서 380만 명으로 줄어든다. 현재 가장 고령국가인 일본은 올해 기준 생산가능인구 2명당 65세 이상 노인 수가 1명 이상이다. 중국도 고령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인도에 최대 인구 자리를 넘겨줬다. 중국은 2050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2억 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가장 영향을 받는 정책은 연금과 이민이다. 최근 프랑스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고, 수많은 나라가 이민 규제를 주장하는 우파 정당 지지율이 높아지는 걸 감안하면 고령 국가에서 벌어질 사회적 갈등이 예측된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받는 정책이 있다. 가족 정책이다. 이른바 ‘정상 가족’ 이념도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2023년 5월 31일, 장혜영 의원과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이 이에 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이 가운데 ‘혼인평등법’은 남녀가 결혼해서 이룬 가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정도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이다. ‘비혼출산지원법’은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지원을 받고 가족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 신고에 따라 성립시키자는 법안이다. 성인 2명이 서로를 생활동반자로 등록해서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그런 사연을 안고 노동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혈연과 법률로 맺어진 가족 틀,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는 1인 가구다. 40%에 육박한다. 이들을 포함해서 가족의 범위를 혼인과 혈연을 넘어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자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4%가 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법은 이 구성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국민으로서 누려야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동성 커플은 주거, 의료, 사회보장, 상속과 장례에 이르기까지 배우자 또는 배우자 가족으로부터의 권리를 모두 박탈당해왔다. 현행 민법에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법원은 판사의 해석으로 동성 간 혼인을 제한한다. 이에 혼인평등법은 동성 간에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서 동성혼 법제화를 명확하게 했다. 대만을 포함해서 이미 34개 국가가 동성혼을 법제화했다는 점도 이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생활동반자법의 경우 혈연관계도 아니고 혼인을 전제로 하지 않는 비혼 1인 가구가 주거를 함께 한다면 이도 가족으로 인정해주자는 내용이다.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고 자발적으로 친밀한 연대를 구성하는 행위 역시 가족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나서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가족해체다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국가적 책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다.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적 장치를 혼인제도로 가두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연동해서 모자보건법 개정도 주목받고 있다. 보조생식술 시술 대상을 난임 부부에서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여성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출생률은 0.78%다. OECD 국가의 비혼출산률은 평균 40%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2%에 머물러 있다. 2022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7%였다. 그만큼 인식 변화를 맞았다. 가족을 혼인과 혈연으로 이뤄진 관계로만 규정하는 민법 779조 폐지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 우리 국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자.
# 이 글은 울산저널 제539호(2023년 7월 21일 발행)에 게재된 글로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들과 함께 읽기를 바라며 싣습니다.
※ 이승진 님은 울산저널 로컬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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