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
신카이 마코토 감독 / 2023.03.08. 개봉
<작품소개>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을 주제로 삼고, 재난을 마주했던 일본의 지역들을 배경으로 그려낸 영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 것은 <날씨의 아이>가 개봉한 2019년의 여름날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당시 막연하게 두 가지 구상을 떠올렸다. 하나는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 또 하나는 '소녀가 이상한 모양을 한 자와 여행을 하는 이야기'였다. 장소를 애도한다는 것은 사람이 아닌 장소를 위해 슬퍼하고, 위로하며, 추념한다는 발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거하지도, 고치지도 않고 버려진 장소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 공사를 시작하거나 건물을 세울 때는 지진제와 같은 제사가 있지만, 고인을 보낼 때 지내는 장례식과 같은 위령 의식이 토지나 마을을 위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버려지고 방치된 쓸쓸한 풍경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강렬한 영감을 선사했다. 많은 세대가 이 시대에 느끼고 있는 감정으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채, 이 나라가 쇠퇴해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허무함과 폐쇄감이 떠오른 것. 또한, 통제가 불가능한 모습으로 변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이상한 형태의 사람'이라는 ‘소타’의 설정은 자유가 없는 장소나 시대에 포박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러한 구상을 통해 담아낸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마주해야 하는 것들은 마주하고 확실하게 매듭지음으로써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후기 나눔>
‘문은 어디로 통하는 것인가? 그 안은 나의 동굴이요, 그 밖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이 되어야 하는데, 스즈메의 문안은 위험이 있음에도 닫으면 괜찮고 덮어놓으면 상관없다는 일본의 의식을 보여준다. _ 윤경일 회원
재난을 막고자 목숨을 거는 스즈메와 소타의 간절한 마음이 어땠을까? 열쇠를 잠그기 전에 의식처럼 치러지는 장면인 '평온했던 공동체의 모습과 소리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느꼈을 참혹함은 상상하기에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스즈메와 소타는 재난으로 숨져간 이들을 소환하여 위로하는 의식을 치러가며 뒷문을 막는다. 그리고 끝내 재난의 진앙지인 후쿠
시마 옆 스즈메의 고향, 이와테현 야마다에서 스즈메의 기억과 만나며 진혼곡을 마무리한다. 이 영화는 후쿠시마 대지진에 대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한 신카이마코토가 보내는 헌정 애니매이션이다.
일상적인 재난 앞에 살아가고 있는 일본, 일본인을 위로하는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끝내 아쉽다. _ 박영철 대표
애니를 보기 전 오디오북으로 80%정도 들었다. 워낙 설렁설렁 들어 환타지와 사랑을 적적히 버무려 놓은 웹소설 같다 느끼며 애니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보통 소설에 감동해 영화를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스즈메의 문단속은 애니가 훨씬 좋았다. 아주 세밀한 사실적 묘사나 미미즈의 위협적인 모습, 미미즈를 인식하는 스즈메와 보지 못하는 사람들, 미미즈의 출현과 크기에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스즈메와 점점 강도가 세지는 지진에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양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자꾸만 멤돈다. 미미즈를 본 스즈메는 항구마을을 벗어나 일본열도를 누비고, 익숙하고 편한듯하지만 불안하고 슬픔 꿈속에서 깨어나 사람과 세상 그리고 자신을 찾아 문제에 직면하고 풀어 결국 세상도 자기도 구한다. 다시 항구마을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는 스즈메는 미미즈와 문과 요석을 알기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만 38세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 자신이 직접 피해자가 된 건 아니었으나 자신의 40대를 관통하는 일상을 지배하는 선율이 되었다고 말하며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하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이번에야말로 더 잘해보려고 계속 쓸 것 같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서 극복되지 않은 너무나 큰 트라우마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점에 꿈틀대고 뚫고 나오려는 미미즈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닐까?
애니를 보고 책을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가능하면 애니도 보고 책도 읽기를
_ 최귀선 회원
초2아들과 도라에몽 정도려니 예상하고 보러갔다가, 나를 영화관에 세 번이나 가게 만든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을 영접하게 만들었으며, 이 영화 속 곳곳에 어우러져있는 우리네 일상의 모습에 자꾸만 눈물이 터져 나와 혼자 감격하기도 했고, 귀여운 다이진이 소타를 의자로 만들어 버리던 대사를 초딩처럼 따라해 보게도 만들었다. "스즈메, 야사시~~ 스키!, 오마에와 자마"(스즈메. 친철해~~ 좋아!, 넌 방해돼.)
감독은 "잇떼키마스!"(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집을 나섰던 사람들이 결국 돌아오지 못했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자를 기억하고 남겨진 자의 아픔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폐허를 수습해야 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매력 넘쳤던 싱글이모 타마키의 대사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주차장에서 했던 심한 말, 속으로 생각해본 적 있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정말로 그게 전부는 아니야”
그래, 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일상이었을테지, 공감해보며 지금의 내 소중한 일상을 다시 한번 감사해본다. 스즈메야 더빙판도 괜찮더라. 흥해라.
_ 이소정 인권독서모임 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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