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저 / 문학동네 2021 / 정리 : 이소정
< 들어가며 >
2014년 여름이었던가, 마지막 독토모임을 끝으로 7년 만에 돌아온 독토모임에 열심히 참여 중이다. 그 7년 동안 독토는 영원했고, 여전히 성.업.중.이었네? 하하하. 이렇게 다시 돌아온 독토에 적응도 채 하기 전, 여름방학을 맞아 돌아온 나의 발제타임.(지르고 봄이 늘 나의 가장 큰 문제인 덕에 대학시절 레포트 제출에 준할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근원으로 나는 한달동안 무척 불타는 문학소녀 아니 문학아줌마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너무 어려운 비문학 책들로 매달 인권도서들을 다 읽지 못하고 독토에 참여했던 안타까운 현실에, 이번엔 좀 잘 읽히는 문학이면 좋겠다는 나의 제안대로 우리 독토 모임의 오 멘토님께서 정성 가득 다양한 책들을 추천해주셨고, 그중 나에게 간택된 이달의 인권도서는, 바로 제주 4.3 이야기를 다룬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이다.
< 책 속 제주 4.3 이야기 >
1948년 11월 21일, 제주도 전역에 계엄령이 실시되고,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들어간 중산간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남조선로동당 좌익 폭도로 간주해 총살에 처하겠다는 포고문이 발표된다. 계엄령이 이후 중산간지대는 초토화되고 참상을 입게 된다. 그런데 계엄령이 내려지면서 소개령을 내려 해변마을로 내려오도록 하지만 일부 마을에는 이 소개령이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집단학살을 당한다. 진압 군경들은 가족중에 한명이라도 없는 경우 도피자 가족으로 분류해서 부모와 형제 자매를 대신 죽이는 ‘대사’를 자행한다. 이때 주민들이 집단으로 사살된 것이다.
1948년 12월 31일 계엄령은 해지되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보도연맹 가입자, 요시찰자, 입산자 가족 등이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붙잡혀 또 집단으로 희생되었다.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4.3 관련자들도 이때 즉결처분된다. 그 후 6년이 흘러 1954년 9월 21일, 한라산의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됨으로써, 1947년 3월 1일 발발 이후 7년 7개월 만에 제주 4.3은 막을 내리게 된다. 제주 4.3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2만 5천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된다.
< 줄거리 >
1부 -새-
경하는 갑자기 친구 인선의 연락을 받고, 그녀가 봉합수술을 마친 뒤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게 된다. 인선은 제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 대신 내려가 새 ‘아마’를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그 길로 곧장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또 한참을 걸어 인선의 집에 도착한다. 그 사이 제주는 폭설이 내리고 경하는 인선의 집에 고립되고 만다.
2부 -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새의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서울의 병원에 누워있어야 할 인선이 찾아온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시공간에서 인선과 경하는 오랫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인선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시절부터 보았던 유골, 제주공항 활주로 아래에서 발견된 유골들, 대구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들과 그 모든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까지.
3부 -불꽃-
경하는 1980년 광주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 뒤 잦은 악몽에 시달리고 삶을 연명하듯 살아왔다. 검은 나무들에 관한 꿈을 꾼 후, 경하는 인선에게 「프로젝트-작별하지 않는다」를 제안했지만, 두 사람의 시간은 4년째 엇갈리고 프로젝트는 미뤄진 상태였다. 하지만 인선은 제주집에서 아흔아홉 그루가 넘는 나무를 하나씩 모으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하와 인선은 양초를 종이컵에 끼워 든 불꽃에 의지해 그 나무를 심을 땅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누구와도 작별하지 않는 채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작가의 말
p328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 라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 마치며 >
아니, 제주 4.3에 대해 이렇게나 내가 아는 바가 없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국내에서 제일 좋은 봉합 수술 전문병원이라고 하는데 낯설었다고 말하던 소설 초반 경하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몇 번을 더 읽으며 나는 어느새 정심이 되어, 정훈이 되어, 정옥이 되어, 인선이 되어 먹먹한 마음을 달래며 혼자 있을 땐 소리 내어 울기도 하고, 그 시절 우리나라에 분노하며, 그들의, 남은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작가는 잔잔한 문체로, 하지만 너무나 강렬하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만 하는 역사 속으로 나를 안내했다. 한강 작가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어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나는 작별하지 않겠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을.
※ 이소정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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