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위에 대항시위로 맞장 뜬 사람들!
<카운터스> 관람 후기
임연수
본 영화는 일본의 혐오표현 처벌법 제정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로, 재특회와 카운터스, 그중에서도 남조(男組) 오토코구미라는 단체가 얽힌 이야기이다.
사쿠라이 마코토라는 사람은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회’(재특회)의 창설자로 현재는 일본제일당을 창당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지지자를 늘려가고 있다. 사쿠라이는 아버지가 없이 자라 어렸을 때부터 차별적인 시선과 말들을 들으며 살아왔다. 학생 때는 평범한 학생으로 학생회 활동을 할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넷우익들을 모아 레이시즘을 실현했다. 그의 극우익 사이트의 회원수가 1만 명이 넘어갈 무렵부터 마코토는 회원들을 끌고 거리로 나와 혐오데모, 헤이트 스피치를 시작했다. 아마 그들의 혐오 대상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특히 재일한국인인 것은 쉽기 때문이다. 혐오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사회 구조 속에서 절대적 약자의 입장인 이들을 혐오하기는 쉽다. 약자의 목소리는 작고 흐려서 잘 들리지 않는다. 대항할 힘이 없다. 무력한 이를 억압하고 위협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누군가에게는 유희이다. 재미있으니까,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니까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 우리나라 또한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잊을 만하면 돌에 맞아,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길고양이. “출근길에 방해된다”라며 중단 요청을 받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매일같이 죽어가는 여자들, 진행되지 않는 수사 등, 사람들은 소수자가 조용히 하길 원한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존재는 하되 내 주위에는 없길. 사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는 20년간 지속되어왔다. 아무도 몰랐지만 조용하게, 꾸준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조용한 지위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의 길을 막아가며 분노를 유발하고 나서야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다카하시는 야쿠자였던 남자다. 여전히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으나 한 줄로 정의하자면 변화의 과정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다. 극우파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도 하러 가는 보수주의 성향의 사람이지만, 기모토와의 논쟁을 통해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고 체포를 불사하고 매번 데모 현장에 뛰어드는 강함과 진보적인 성향을 지녔다. 사람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다카하시는 가장 진보적인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보수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진보적이고 소수자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럼 평화를 위한 시위는 평화적으로 해야 하는가?
일단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화적인 시위는 그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근의 지하철역 장애인 이동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이 시위는 20년간 쭉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는데 직장인 출근 시간에 이동시위를 시작하면서 통행에 방해가 되니까 그제야 관심을 받으며 논의에 대두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 불편이 생기기 전까지는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강하게 주장해야 알아듣고 격하게 싸워야 눈에 들어온다. 다카하시는 길에 드러누워 시위를 방해하거나 재특회에게 폭력을 가해, 지속해서 체포되고 뉴스에 나왔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관련된 일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시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런 카운터스이기 때문에 혐오표현 처벌법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할 수 있게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력시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논지는 눈에 띄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차별금지법도 점점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방송에 출현하고 장애를 다룬 드라마가 성행한다. 코로나로 진행되지 못했던 퀴어 퍼레이드는 온라인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도 퍼레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군대에서, 캠퍼스에서 여성들은 죽어간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는 2018에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세와 많은 차이가 있다. 아베는 죽었고. 혐한의 분위기는 짙어진다. 한국의 대통령은 경찰국을 복원시키고 조선총독부 관저를 복원시키겠다고 한다. 교과서에서 보던 극단적 사대주의의 개념을 이렇게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나라를 팔아넘기려고 하는 것을 21세기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땅에서 꺼져라’라는 말을 듣고 사는 재일한국인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시국에서는 극소수의 지배세력을 제외하고 전부 약자라고 생각한다. 노동자이고 학생이며 여성이고 장애를 가지고 외국인이며 성소수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진 그러한 조건들로 인해 차별받거나 목숨이 위협당해서는 안 된다. 너무 당연한 것을 위해 오늘도 누군가는 투쟁한다.
※ 임연수 님은 울산 스포츠과학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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