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회, 구성과 역할을 강화하자
이영환
지난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말을 한다.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들 때문일 것이다.
검찰공화국, 친원전 정책으로의 회귀, 여성가족부 폐지, 탄소 중립 정책 완화 등 이전 정권보다 더 개악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책이 시행되리라는 의심은 그간의 발언들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진보 쪽의 인사들은 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해 본다.
얼마 전 모 지자체에서 5년마다 수립하는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용역 발주함에 있어 기본적인 수행 능력이나 인적 구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총액 발주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는데 그 상황을 해당 지자체 인권위원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러운 형국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이런 우려가 갑자기 나타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업무의 전문성, 연속성,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권 관련 업무 종사자나 법조계, 학계,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하는 인권위원회가 지자체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사로 구성된다던가 또는 지자체의 공무원이 위원장을 맡게 되면 조례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 구성원이 상위 관계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인권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 지자체장이 위원장을 맡은 지자체도 일부 있는데 임기에 따라 위원장의 공석이 발생하고 있어 업무의 연속성이 우려스럽다.
그래서 인권위원들을 위촉하면서 인권감수성과 전문성 등이 고려되고 때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적절한 심의 자문이나 개선 권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인권 보장, 증진 등의 기본 계획, 실천과제, 교육, 홍보 등의 심의 자문하는 역할에서 정책제안이나 개선 권고의 역할 강화로 옮겨가는 추세이다.
인권 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은 인권 보장을 위해 부울경 최초로 인권전담부서인 인권담당관실을 설치하고 또 인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인권센터(인권보호관)를 두어 운영 중에 있다. 인권보장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홍보하며 매년마다 수립하는 연도 별 시행계획을 검토, 개선을 권고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인권문화의 확산을 위해 적절한 예산의 편성과 인권거버넌스 구축, 타 지자체와의 교류 등을 추진하고 인권정책포럼의 주기적 개최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감안하여 관계 공무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내부 진급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을 들여다보며 느낀 점은 내부 구성원의 열정에 따라 할 수 있는 범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부산시의 인권정책기본계획의 용역을 함량이 미달하다하여 납품받은 기본계획을 폐기하고 인권위원회 자체적으로 새로 수립한 일은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울산시나 5개 구, 군의 인권위원회도 인권 선진도시로 가고자 하려면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행보를 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인권정책기본계획이 비록 총액제로 발주하였다 하여도 지자체 실정에 맞는 알찬 기본계획이 수립되기를 희망한다.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인권정책이나 방향, 역할이 혹시나 축소, 위축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인권의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이며, 울산광역시 인권위원회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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