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1-30 12:14
[157호] 인권 포커스 Ⅰ -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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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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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배미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라 한다)가 정치인, 검사, 언론인 등 다수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불법 사찰이라며 분개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 헌법 제17조에서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그리고 제18조에서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 수사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누군가의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해야 할 때에는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바탕으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서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특정인의 통화일시, 착·발신 전화번호, 통화시간, 발신기지국의 위치 등과 같은 이른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요청할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아무리 범죄 수사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남용되지 않도록 제약을 두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러한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아닌 이용자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과 같은 이른바 “통신자료” 만을 요청할 때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요청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수처가 요청하여 받은 자료가 통신기록 등과 같은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아닌, 이용자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과 같은 통신자료라면 법원의 허가 없이 제공받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위법한 행위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공수처가 출범하기 이전부터도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은 늘 있어왔고, 2001년 기준 대략 10만 건 정도이던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2014년 이후부터는 100만 건을 넘어섰으며, 2020년 현재 500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 이번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은 지금까지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의 틈새를 이용하여 과도하게 개인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일을 이른바 관행이라고 하여 보아 넘길 것도 아니다. 사실 이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허가요건을 보다 강화할 것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를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포함시켜 통신자료를 요청할 때에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해 왔다. 그럼에도 관련법의 개정이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 없이 지금까지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생각건대,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제도 남용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서 소모될 것이 아니라 인권 이슈로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고, 관련법의 개정 등 앞으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관련법의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에도 이동통신 가입자 정보가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할 때 당사자에게 정보제공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법무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법무부 의견의 요지는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고 가입자 정보 조회에 불과해 기본권 침해 정도가 낮고, 범죄 관련성이 높은 자에 대한 통지는 수사 초기에 범죄를 은닉하게 할 우려가 있으며, 범죄관련성이 낮은 자에 대한 통지는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유발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등이다.
사실 해당제도는 범죄수사 등의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서, 현행보다 더욱 제한을 가한다면 수사 활동이나 증거 수집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 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해당 제도의 남용이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우선 관련법에서 해당 제도의 목적을 범죄수사는 물론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해서라고 모호하게 설정함으로써 남용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점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에서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그 요청에 대해 자료제공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임의로 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통신자료가 제공되어왔다는 것은 결국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단지 드러나는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을 임의수사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통신자료가 가입자의 이름이나 주민번호, 주소 등과 같은 인적 정보에 불과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취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권의 침해보다 그 수준이 더 낮다고 하고 있으나, 그 인적 자료라는 것도 결국은 개인정보로서 명확한 목적을 바탕으로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하여 가령 수사기관이 특정인(갑)의 통화내역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아 알게 된 익명의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그 통화의 상대방(을)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통신자료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갑의 통화 상대방이 을이 라는 것이 확인되면, 동시에 을의 통신사실도 확인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통신자료와 통신비밀보호법 상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딱히 없고,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게 됨에 따라 범죄수사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면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 통지를 하거나 불기소 된 사건 등에 선별적으로 통지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제공받는 일은 위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변화를 기대해 볼 일이다.
※ 배미란 님은 울산대학교 법학과 교수이며,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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