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마트노동자들의 의무휴업을 빼앗지 마라!

김해정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0시부터 오전 10시 영업규제,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기초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처음 이 법이 생겼을 당시에는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간 상생·발전을 명목으로 만들어졌고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의무휴업을 미시행하는 56개 지역을 제외하고 70% 이상의 지역에서 일요일 의무휴업을 시행중이다. 아무런 문제 없이 안착화 되어 시행되던 의무휴업이 왜 갑자기 이렇게 관심거리가 되고 마트노동자들은 의무휴업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오게 되었을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고 7월 대통령실에서 10개의 제안을 올려놓고, 이 중 국민들의 호응이 높은 3가지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투표대상이 된 의제 중 하나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이다. 중복투표를 포함해 투표방식, TOP10 선전방식과 절차 등 문제로 정부는 투표중단을 요구받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통과 비민주로 밀어붙인 결과는 TOP3 정책선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국민들과 마트노동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의무휴업폐지 시도는 무산이 된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다시 홍준표시장이 시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평일로 의무휴업을 바꾸는 계획에 착수, 대구시와 노동조합의 면담자리에서도 “반대여론이 많아도 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은 할 것이다. 간담회나 공청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대구시는 공공연하게 밝혔고 12월 19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추진 협약식을 진행했다. 대강당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협약식은 당사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간 마트노동자들이 대강당을 점거하고 계속 항의하자 쥐새끼처럼 숨어서 업무 협약식을 진행하였다.

노조에서 대강당을 나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니 퇴거요청을 했던 대구시는 오히려 우리를 막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 대구시는 경찰에 사법처리를 요청했고 경찰은 마트노조 조합원들을 강제로 연행하였고 연행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하였다. 홍준표 시장은 의무휴업변경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라고, 일요일 두 번 쉬게 해달라는 소박한 마트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폭력으로 진압하였다. 그리고 현재 홍준표 시장은 2월부터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의무휴업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행정예고까지 한 상태이다. 권한도 없는 홍준표 시장의 뜻대로 한다면 우리는 이제 한 달에 한 번조차 일요일에 쉴 수 없게 된다.

의무휴업 평일변경은 단순히 날짜 변경이 아니다. 의무휴업 제도 무력화를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고 의무휴업 폐지로 가기 위한 수순일 뿐이다.
의무휴업이 생기고 우리 마트노동자들은 “이제 사람구실하면서 사는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있어서 좋다.”라고 이야기 했다. 일요일 의무휴업은 마트노동자에게 건강권과 쉴 권리를 지켜주는 제도이다.

대형마트 안에는 우리가 마트노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뿐 아니라 임대수수료매장에서 일하시는 분, 온라인배송기사, 보안업무, 청소업무를 맡아하시는 분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트 안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분들 중에는 한 달에 의무휴업 이틀만 쉬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두 번의 일요일은 그냥 단순한 일요일이 아니라 마트 전체가 쉼으로 인해서 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공동 휴식권이 보장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한 의무휴업 이틀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안전점검이나 내부공사, 청소 등 마트가 쉬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간혹 어떤 분들은 일요일 일하는 거 알고 일 시작한 거 아니냐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알고 마트 일을 시작한 것이 맞다. 하지만 주말에 쉬는 인원은 부서 당 1~2명 이렇게 인원이 정해져 있어 집에 일이 있어 휴무를 신청하여도 모든 사람이 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관리자에게 잘못 보이면 주말 휴무를 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또한 마트노동자들은 주말에 일을 하여도 주말 수당 같은 것도 없다.

우리가 대구지역에 있는 서문시장 등 시장을 방문했을 때 시장상인들도 역시나 의무휴업제도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함께 싸우자고 말씀하셨다. 대구서문시장 도로 입구에 가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반대한다” 라고 쓰여진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렇게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소상공인 살리기와 노동자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도입돼 긴 시간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떤 사회적 논의나 전문적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의무휴업을 무력화하는 것은 유통재벌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일방적 조치인 것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마트노동자들은 요구한다. “의무휴업을 확대하라” “명절당일은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 평일이 의무휴업일인 경우 “의무휴업을 일요일”로 변경하라고 더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지난 연말 윤석열정부는 의무휴업 뿐 아니라 온라인영업제한을 해제함으로써 오히려 마트노동자들을 휴일, 야간, 장시간노동에 내몰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맞서 싸우는 투쟁!
의무휴업 무력화를 함께 막아주십시오. 마트노동자들의 의무휴업을 지키는 투쟁!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쉴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 함께 해 주십시오.

#참고#
울산지역 의무휴업일은 울산 동구는 2,4주 일요일 / 울산 남구,중구,북구는 2주 수요일 ,4주 일요일 / 울주군은 의무휴업제도를 미시행하고 있다.

※ 김해정 님은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울산본부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