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29 13:01
[168호] 인권 포커스 - 화물연대가 아닌 화물노조가 되어야 할 이유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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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아닌 화물노조가
되어야 할 이유

박정미


화물연대본부는 12월 9일 16일간 파업을 종료했다. 찬반투표 결과 61.84%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12월 파업은 올해 6월 파업 때 정부가 약속한 안전운임제 연장 및 품목 확대를 시행하라는 것 때문이다. 즉, 12월 파업은 윤석열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 때문에 시작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연말이 다 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일몰제 연장에 나서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폐지하려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과로, 과속, 과적 운행 방지를 위해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 일부에만 적용되는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 같은 제도이다. 그런데 현재 안전운임제는 그 시행되는 품목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이후 지나면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 즉 일몰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의 폐지를 막고 그 품목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또 다른 쟁점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노동자인지 아니면 개인사업자인지에 대한 것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를 운송하는 노동자들이 법률상 ‘개인사업주’여서 화물노조가 아니라 화물연대가 되었다.
이런 이유는 지입제라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에 체결한 독특한 계약에서 연유했다. 지입은 “화물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한 차주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제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이런 지입제는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화물운송시장의 거래단계는 2단계 이하가 78.3%, 3단계가 20.1%의 다단계 구성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지입제에서는 근로관계가 지입차주(화물연대 노동자)와 운송사업자, 화물운송 의뢰회사(화주)가 관여하여 다면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된다.

대법원에서는 지입차주(화물연대 노동자)가 지입회사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즉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 휴가, 산업재해 보상, 휴일연장근로수당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삼성 같은 대기업 화주들과 종속관계에 있어 이들의 업무지시 및 지휘・감독하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있기에 일률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에서는 레미콘운송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서 쟁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적용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해당 여

부가 더 쟁점이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사용주와 직접적인 근로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사용종속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는 것인데, 이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이 적용되기에 노조 할 권리가 있고, 단체교섭 및 파업을 할 수 있다.
민주노총에서 노조법 제2조 개정 투쟁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화물연대 노동자 같은 ‘특수형태근로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적시해 확대・적용하자는 취지다.

대법원에서는 환적컨테이너를 운송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한 자가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산재보상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때 적용되는 법이다.

이렇듯 현재 노동법과 대법원 판례에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일부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정부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집단운송거부 즉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모든 국민이 누리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에 위헌 논란이 있는 것과 별도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즉 파업행위에 대한 파괴 행위라고 할 것이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대기업 화주들이 만든 복잡한 다단계 구조와 저임금, 과로 및 과속으로 목숨과 생계가 위태로운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무심하고 냉혹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일몰제를 연장하지 않고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노조법 제2조 재개정 투쟁이 이런 특수형태근로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과 목숨을 지켜주는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 및 노조법 제2조 재개정으로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화물노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투쟁이 모두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을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악마화하더라도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여전히 정당할 뿐 아니라 잠시 주춤할지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투쟁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노동자 시민들이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노조법 제2조 재개정 투쟁과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박정미 님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기획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