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29 12:59
[168호] 시선 하나 - 주민과 함께하는 인권 친화적 동구 만들기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2,335  

주민과 함께하는 인권 친화적 동구 만들기
- 동구 주민대회의 경험을 중심으로-

우영주


주민과 함께하는 인권 친화적 동구 만들기에 앞서 나 자신의 인권 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권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학생 인권을 외치기도 하고 범죄자에 대한 인권 존중이라는 말에 분개하기도 하고 외국인 노동자 인권도 존중되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의 인권 감수성 지수는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보고 많이 부끄러워지고 있다.

인권을 몇 가지 사례로 접근해본다. 먼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인권을 이야기하고 싶다. 여름에 비가 엄청 오는 날 학생들은 15~20분가량 걸어서 등교를 한다. 신발과 바지가 다 젖는다. 바지는 입고 있으면 마르지만, 운동화는 쉬 마르지 않아 찝찝한 상태로 또 신어야 한다. 그때 아이의 말 “비 오는 날은 샌들이라도 신게 하면 되지. 학교가 참 야박하다”라는 표현을 하였다. 어찌 보면 작고 사소하지만, 학생에게만 규정과 규칙이 야박하게 많이 적용된다.

최근 모 초등학교 교장이 바뀌면서 오후 4시 30분 이후에 부모가 없으면 운동장에서 놀지 못하게 하는 일이 생기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카드를 샀다고 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게 하는 일도 있었다. 안전을 앞세워 학생들의 모든 행동에 제약과 안 된다를 마구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누가 교장에게 아이들의 놀 권리를 뺏을 권한을 주었나? 학교 관리자나 교사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 인권 교육이 1년에 몇 시간 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사로부터 일상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학생들도 인권 감수성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동구에 아프칸 특별기여자가 정착될 때의 일이다. 주민들과 소통도 없이 동구에 왔고 학교로 학생들이 배치되면서 학부모들의 저항이 컸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다 보니 잘못된 인식으로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반발이 생겼다. 차분히 잘 정착할 수 있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여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아직도 좀 곱지 못한 시선과 말들은 있지만 큰일이 생기지도 않았고 우리의 이웃이 되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의 왜곡된 인식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의 입에서 아프가니스탄 혐오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 번째로 동구살리기 주민대회를 하면서 거리에서 주민투표를 진행할 때 이주 여성들이 많은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저녁에 외국인 노동자가 4~5인씩 모여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미 동구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고 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5,000명을 데려오겠다고 한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다니다 보니 순간 드는 생각은 동구도 많이 위험해지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동구에 와 있고 계속 들어올 예정이다. 서로가 이질적이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잘 정착하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권 친화도시 동구를 만들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구청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지역의 단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테고 함께 인권 친화도시 동구를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할 것이 있을 것이다.
동구에는 동구교육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있다. 10개의 단체가 모여 동구의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 모색하는 네트워크 단체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모할 때 장애인 단체와 함께하거나 장애 아동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꼭 선정되게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인권과 관련한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하여 평소에도 인권을 생각하는 계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구 살리기 주민대회 교육, 돌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총 48개 단체가 조직위원회에 참여하였고, 교육, 돌봄 요구안을 받고 원탁회의를 통해 5대 요구안을 확정하고 요구안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 돌봄 조직위원회를 하면서 너무 방대한 단체가 모여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약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원탁회의를 진행하면서 나의 요구를 넘어 우리의 요구로 내가 속한 단체의 요구에서 동구에 필요한 요구로 확장되는 것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 이후 교육, 돌봄 조직위원회에서 아동,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는 멋진 상상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2023년부터 진행될 마을교사 양성 교육에도 인권교육이 꼭 들어가 마을교사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마을마다 인권을 의식해야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녹아들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보다 오늘의 인권감수성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 위글은 ‘제17차 울산인권포럼(22.12.06)’ 중 <주민참여 인권역량강화와 인권마을 만들기> 주제로 진행된 울산 동구교육네트워크 우영주 대표의 토론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