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조양재
지난 20년 동안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1년 유엔(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수가 2000년 1억7,300만 명에서 2020년 2억8,10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인구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냉소적 태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해 국제적인 분쟁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주민’이라는 용어에 대한 공통된 법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매체, 국제기구, 정책입안자 등은 ‘이주민’을 난민과 이주민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언론 및 공공토론에서 ‘이주민’과 ‘난민’이라는 용어를 같은 의미로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유엔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주민’은 다른 국가로 이민을 선택하면서 가족의 재결합, 자연재해, 기근, 빈곤 등의 고난을 피하기 위해서 이주하는 사람 또는 질 좋은 일자리 및 주거, 교육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기회 등 개인의 현실적인 이유로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난민’은 자국에서 일어난 박해, 분쟁, 폭력, 기타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 등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피난을 떠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주민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 사회의 산업화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고국을 떠나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이주민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2017년 2,180,498명, 2018년 2,367,607명, 2019년 2,524,656명으로 매년 평균 7.2%로 증가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소폭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2017년 4.21%에서 2021년 3.79%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적·지역별 체류 외국인은 중국이 840,193명(42.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베트남 208,740명(10.7%), 태국 171,800명(8.8%), 미국 140,672명(7.2%) 등의 순이다. 체류 외국인 수가 소폭 감소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증면제(B-1), 관광통과(B-2), 단기종합(C-3) 자격이 2020년부터 큰 폭으로 감소한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주자격인 재외동포(F-4), 영주(F-5) 자격은 소폭 증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추해 보면,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단일 인종으로 이루어져 왔던 우리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다문화의 사회로 변화하는 것을 한국 사회가 용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나온 이주민에 대하여 다양성이나 차이에 대한 이해보다는 기존의 단일민족 의식이나 동조를 바람직하게 여기는 의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편이다. 내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이주민 증가로 인하여 한국 사회의 실업률 또는 범죄 발생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에 대한민국의 이주민 수의 변동 폭은 거의 없었지만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내국인 범죄보다 이주민 범죄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내국인 범죄보다 강도, 살인 등 강력 사건 발생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범죄는 ‘강력 범죄’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나라로 넘어온 이주민들은 단순노동을 하는 20대에서 50대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강력 사건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뿐이다. 각국의 직업별, 성별 및 연령별 강력 범죄 발생 비율을 대조해보아도 대부분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이주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 사회의 실업률 또는 범죄 발생률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이러한 이주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왜곡된 또는 부정적인 시각은 지나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또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을 우선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이라는 과거의 인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보다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체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조양재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부설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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