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하는 대구시 인권행정
김승무
지난 9월 14일 대구광역시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대구광역시 인권 보장 및 증진위원회(이하 인권위원회)위원을 해촉 한다는 통보였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고 각종 위원회가 행정의 책임회피수단으로 활용된다며 시정혁신이라는 명목으로 위원회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그 대상에 인권위원회가 포함되어 위원 해촉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촉직 민간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7개 광역시・도 중 최초로 인권위원회를 폐지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의회 출석과정에서 대구시청사 앞 1인시위자를 보고 대구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금지할 것을 지시하면서, 대구시는 발 빠르게 다음날 바로 대구시청사안쪽 부지 경계선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대구시청사 앞마당은 시청사 부지여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를 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과연 시청사와 시청부지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대구시민들의 투표를 통하여 대구시정 전반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구시장이 마치 대구시의 주인인양 행세를 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시, 공간를 초월하여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인 인권이라는 가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행위이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인권적, 반민주주의적, 반헌법적 폭거이며 대구시가 인권행정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일제시대부터 박정희 집권전까지는 동양의 모스크바란 얘기를 들었던 좌파도시 대구가 언제부터인지 이른바 ‘고담 대구’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한 쪽으로 편중되고, 형식적 민주주의나 인권이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을 풍자한 표현이었습니다. 대구시민으로서는 참 듣기 민망하고 불편한 용어였는데 이제 대구시가 ‘고담 대구’임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되었습니다.
어느 사회이던 권력이나 자본을 가지고 있는 계층은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지킬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는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하기에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과 증진은 정부의 책무입니다.
특히 이른바 ‘고담 대구’라 불릴 정도로 인권이 낙후된 대구시의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한 대구시의 책무는 한층 더 중요합니다.
대구시 인권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책무를 위한 위원회입니다. 대구시민,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보장과 증진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대구시 행정에 구현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위한 기구입니다. 이런 인권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은 대구시가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책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인권위원회가 이렇게 쉽게 폐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권조례에 인권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임의조항임을 악용하여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이나 의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인권위원을 위촉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실제 사례입니다. 또 한 배경에는 인권조례의 상위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악용하여 충청남도가 인권조례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그 실제사례입니다.
이제 인권조례의 상위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권(정책)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여러 가지 우려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법률안이지만 제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 자치단체의 인권조례에 인권위원회 설치가 임의조항이 아니라 강제조항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 광역시, 도의회에 이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더해 시대를 역행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망동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가치는 시, 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시대정신임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가는 치열하고 지난한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에 인권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우리 모두의 끈질기고 집요함을 기대하며^^
※ 김승무 님은 인권실천시민행동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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