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울산 인권+사람책 3번째 강좌
‘로지나 노,지나’
임은주
‘로지나 노,지나’ 이란주 작가님의 책을 읽고 인권연대 강연을 들으러 갔다. 현수막에 ‘이주민을 환대해야 우리 인권이 자란다’ 이 제목을 보고 ‘우와~ 제목이 다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5기 인권연대 강사과정 교육을 받고 나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나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주민에 대해서는 내가 참으로 무관심 했구나 반성이 절로 들었다. 불법체류자라는 말은 어감이 좀 그래도 다들 그렇게 부르니 잘못되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비롯해 고용허가제 이런 제도가 정부에서 하는 것이니깐 당연히 모두를 위한 제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로지나는 5살 때 엄마와 함께 2000년 11월의 추운 날 방글라데시에서 아빠가 계신 한국으로 오게 된다. 한국에 온 이후, 어릴 때는 진주라는 친구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초등학교 중학교 학창시절을 거치며 성인이 되기까지 낯선 나라 한국에 정착해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이야기로 잘 풀어내고 있다. 로지나가 한국에 오기 전 아빠와 다른 동료들이 겪은 IMF 그로 인해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여권마저 빼앗긴 상태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도망친 사연, 그리고 9.11테러 이후 이슬람교도들을 향한 테러리스트 매도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더 차별받고 배제되어 갔다. 어릴 적 방글라데시에서 조금이나마 살았던 경험이 있는 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자라면서 늘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묵묵히 공장일을 하고 늘 소극적이면서 조심스럽던 엄마는 사실 고국 방글라데시에서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정치참여에도 아주 적극적인 여성이었다는 것, 그런가 하면 친구인 나라 엄마 역시 몽골에서는 선생님이었는데 한국에서는 모텔 청소일을 하는 것이 참 씁쓸하고 슬펐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차별받고 배척되는지 잘 알려주는 르포소설이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점점 감소하여 인구절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체감을 못 하고 있었다. 그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하여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고, 혼인 이주로 인하여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이 오직 기업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라는 것을 이 강연이 아니었다면 사실 잘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계절노동자로 일하러 오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 특례조항 때문에 노동 시간과 휴게, 휴일 적용도 제대로 받지 못해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미등록이주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 세금을 축낸다 등 잘못된 인식으로 상황을 더 악순환시키고 있다. 거기에 나쁜 정치인과 언론들은 더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어 사람들의 인식을 공고히 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주민들이 왜 싫은지 흔히들 알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객관적 수치로 그것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자료는 참으로 마음 아팠다. 이렇게까지 무해함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하는 그들의 처지가 우리 사회의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절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웠다.그래도 자라나는 청소년기에 다문화 교육을 많이 받으면 인식이 개선되어,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갖게 된다고 해서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이주민에 대해 내 삶과 연관시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도 이 책과 이 강연을 통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여태 접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자꾸 접해보면 분명 더 풍부한 인권감수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러 갔던 시절!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건너갔던 시절! 그 시절이 그렇게 옛날이 아님을 꼭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인식이 나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의 장을 적극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가난하지만 이웃끼리 서로 사랑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공동체가 살아있어 그들의 강인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동네 이름도 행복동이라는 마을인데 마치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동네마을 같다. 이란주 작가님께서 우리와 이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려면 서로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 자리만큼 좋은 게 없다고 했다.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서로의 언어와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인간으로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막스 프리쉬의 말을 마음에 잘 새겨 본다. 어느 나라도 돈이 아쉽다고 노동자만 수출하고 수입할 수 없다. 1970년 청계천 한복판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외친 그 말! ‘노동자도 인간이다’ 당연한 그 말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지 않는가? 이제는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 노동자이기에 앞서 모두 다 인간임을 기억해야겠다.
※ 임은주 님은 2022년 울산인권교육센터에서 개최한 제5기 인권교육강사양성(기초)과정 수료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