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12-29 12:56
[168호] 시선 둘 - 걷는다는 것은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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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은

김창원


인권운동연대에서 올해 추진했던 회원 사업 중 하나가 ‘해파랑길 걷기’다. 2월부터 시작된 해파랑길 걷기는 무더운 8월만 건너뛰고 매월 꾸준히 진행되어 10회 차가 되었다.

이번 코스는 해파랑길 14코스다. 과메기의 본고장 구룡포항에서 시작하여 호미곶에 이르는 거리는 15.3km다. 이전 코스 대부분이 20km전후였다. 짧아진 거리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11월 13코스에서 만났던 해국을 다시 만날 수 있겠다는 설레임도 생긴다. 소나무 숲에서 마주했던 해국의 수줍은 미소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파도와 바람이 바위와 암벽에 새겨놓은 다양한 조각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걷는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거기에 바다를 접하여 걸으면서 맡게 되는 비릿한 바다내음은 덤이다.

10회 차가 진행되는 동안 몇 번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다른 분들이 올해 해파랑길 걷기에 참여하면서 가졌던 생각들이 궁금했다.

전체 일정을 이끌었던 박대표는 목적의식적으로 일정을 비운다고 한다. 어제도 서울출장 갔다가 붙잡는 걸 뿌리치고(?) 내려왔다고 한다. 인권운동연대에 부과되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전국의 인권운동영역에서 부과되는 역할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걸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한다. 아마도 그에게는 한 달에 한번 해파랑길을 걷는 그 시간이 이완의 시간이자 충전의 시간이 되는 듯 하다.

오교수님은 해파랑길 3코스에 있는 일광을 꼽는다. 언양출신인 오영수님의 ‘갯마을’ 배경이 일광이란다. 소설 속 정취를 느끼며 걷을 수 있어서 좋았단다.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알면 더 느낄 수 있나 보다.
많은 지식과 다양한 소재들을 머리와 가슴에 담고 있는 오교수님이었기에 더 색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손선생님은 함께한다는 것이 좋았단다.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고 정도 들었단다. 더불어 인권운동연대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니 회원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성과다.
덕분일까? 손선생님은 인권마라톤대회 준비에서도 큰 역할을 맡아주셨다.

1코스 중 하나인 이기대 해안산책길은 모두가 빼놓지 않고 추천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도록 소나무 숲길은 ‘걷는다’는 목적에 충실한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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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1코스 전체를 걷지는 못하더라도 오륙도에서 출발하는 이기대 해안산책길 코스는 한 번쯤 가보길 권한다. 송정해변길도 권한다.

경주에서 오신 김선생님은 경주사랑이 남다르다.
파도소리길로 불리는 10코스를 추천한다. 주상절리를 만나게 되는 코스다. 지난 힌남노 태풍으로 해안가 데크로드 구간에서는 보수공사현장을 만날 수도 있다. 14코스에서도 철거된 해안가 데크로드 구간 때문에 몇 안 되는 인원이 3갈래로 나뉘는 사건(?)도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걸었던 최선생님은 걷는 자체가 즐거움으로 보인다. 함께했던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묻은 채 한 해를 마무리한다.
울산인권운동연대는 내년에도 또다시 걷고 있을 것이다.

길을 걷는 다는 것은 갇혔던 곳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 나가는 것이다.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지고,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한다.

- 용혜원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안에서 -

※ 김창원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