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9-29 10:38
[153호] 시선 하나 - 출생신고에서부터 차별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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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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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에서부터 차별받는 아이들
윤영해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로 한국 국적의 부모가 낳은 자녀들에게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출생한 자녀나 이주민이 출산한 자녀의 경우 한국에서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 현행법에서는 한국 국적의 부모들이 자녀를 출산하면 모두 평등하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혼인한 부부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의료기관의 출생증명서만 가지고 부모 중 한 명이 출생신고를 간단히 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중이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출산한 경우는 너무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출생신고가 가능하기도 하다.
혼외자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아이의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이의 등록부상 친모로 기재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엄마가 없는 아이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1차적으로 엄마를 먼저 확인하고 2차적으로 아빠가 자신의 아이임을 확인하는 인지 절차를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아이 엄마가 다른 남성과 법률혼 관계에 있거나, 이혼한 지 300일이 안 돼 다른 남자의 아이를 출산했거나, 엄마 신상이 불명한 상태에서 연락이 끊긴 경우에는 아빠가 친부라 할지라도 출생신고가 간단하지 못하다.
첫 번째로 다른 남자와 혼인 중인 엄마가 혼외자를 출산한 경우로 친부가 유전자 검사로 아이의 아빠로 인지되었음에도 혼인 중인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소송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오랜 기간 별거 중일지라도 법률적인 남편에게 출산 사실을 공개해야 하고 이혼 과정에서는 유책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하여 남편과 이혼을 하더라도 이혼 이후 300일 이내에 아이를 출산했다면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된다. 이 경우 이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편에게 연락해서 출산의 사실을 알려야 하고 유전자 검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엄마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였다. 이런 경우를 위해 2018년 ‘친생부인허가청구’ 제도를 두어 엄마의 병원 출생증명서와 친부의 유전자 검사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면 전남편에게 공개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였다.
세 번째 경우는 일명 사랑이법의 예이다. 동거를 하던 중 아이를 출산한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가출을 하거나 연락이 끊긴 경우 아이의 친부인 미혼부는 독자적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를 구제하고자 2015년 미혼부의 출생신고 일명 「사랑이법」이 신설되어 미혼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엄마가 한국 국적의 사람이고 엄마의 신상을 몰라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의 혼외자 아이는 어떻게 될까?
외국인 엄마의 신상을 알 수 없고 연락이 두절 되었거나, 외국인 엄마의 본국에서 미혼증명서가 첨부되지 않는 경우(중국과 필리핀이 경우 서류 발급에 상당 기간 소요된다고 함)는 한국인 아빠의 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있더라도 출생신고가 현재의 법 제도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기획소송 - 기각이나 패소를 하더라도 소송의 절차를 거쳐 선례를 남겨 입법과정에 압박을 넣도록 하는 목적 – 을 진행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인 자녀의 출생신고도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고 힘이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된다.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이혼 이후 6개월 이내 재혼이 금지되어 있었다. 유전자 검사 등의 기술이 개발된 시점에서 굳이 6개월 동안 재혼을 금지하는 것이 실효성 있냐는 판단과 여성의 행복 추구와 평등권의 침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의 친부모로 인지가 되는 상황이라면 출생신고의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차적으로 부모의 관계를 확인해도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하며, 가능한 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2019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에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라고 권고를 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은 속지주의로 전환하는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대표적으로 아이들이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행정기관에 출생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있다.
이 땅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는 부모의 환경 - 혼인 여부, 국적, 장소, 가정의 형태, 경제적 이유 등 - 때문에 출생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어야 할 것이고, 복지혜택에서도 소외됨이 없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 윤영해 님은 울산성폭력상담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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