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보낼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영환
매년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신년에는 이렇게 살아 보겠노라고 원단에 다짐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항상 후회와 아쉬움만 남는다. 이러저러한 변명거리와 주변의 환경을 탓해보기도 하지만 다 게으르고 덜 노력했음에 다름아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다. 2022년도 어느덧 한 달가량이 남았다. 연말을 정리하는 분주한 걸음이 올해라고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2년간 코로나 19로 중단되었던 인권마라톤이 재개되면서 어수선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도 힘들게 다가오는 게 심신이 노화되고 있는 걸 실감하게 된다. 20여 년을 열정적인 자원봉사로만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까지 개최가 가능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요망되고 인권운동연대의 내일을 떠올려 보지만 딱히 회원 배가 사업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
여러 직군의 다양한 회원을 영입하여 재정적 자립과 역량을 배가하려고 하지만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마라톤을 개최하면서 자원봉사자를 살펴보니 가족 단위의 참여자가 몇 있었다. 멀리서 회원 확대를 하기보다 가까이 있는 일가친지부터 회원화하는게 우리 단체의 가치관 공유나 홍보도 쉬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세상이 갈수록 거의 이분화 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범주에서 대립하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대별 갈등, 성별 갈등, 빈부의 격차로 인한 갈등, 장애인을 위한 정책의 빈곤으로 인한 갈등, 노사의 갈등 등 여러 범주에서 갈등이 양산되고 확산하여 가는 형편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대부분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 있어 조금 더디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연후에 실행되어야 향후에 발생할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 정책의 실행은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행하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협치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많은 부분에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맹목적으로 전임 정부의 색깔을 지우고 일방적인 정책 단절 등의 변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복지, 여성, 가족, 장애, 노동, 인권, 사회 안전망 구축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이러한 정책의 혼선이나 퇴보에서 비롯된 감이 없지 않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로 인한 책임과 명령계통의 혼선, 체계화되지 못한 안전 재난 대책의 미흡 등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바뀌며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거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열리는 시각까지 무대책으로 일관한 모든 행정관서를 보면서 아마도 거의 모든 국민이 관계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태도와 직무유기를 질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다시는 이 땅에 이와 유사한 참사가 없을 거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있었고 모든정치인들도 거기에 공감하였는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금 되풀이된 대규모의 참사에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왜 이런 참사와 재난이 반복되는지는 명확해 보인다. 참사의 원인과 과실을 입증해 관련자를 처벌하고 관련 법령이나 정책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다.
이번에는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고 관련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멍울이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국민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처럼 꼬리자르기라는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하위직 공무원만 처벌하고 넘어가려는 방식은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지난날 국민들의 질타가 촛불시민행동을 불러왔고 정권의 교체로 이어졌다는 자각이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 있기를 바라며 안전한 대한민국, 화이부동의 대한민국을 바라며 얼마 남지 않은 2022년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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