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30 12:20
[172호] 인권포커스 - 이 시대의 학생, 청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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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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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학생, 청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김형근
4월 14일, 세종 정부종합청사 주위에서 2023년 4.14 ‘기후정의파업’ 행사가 ‘함께 살기 위해 멈춰’란 케치프레이즈와 함께 열렸다. 전국의 기후·환경·에너지 관련 조직만이 아니라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 여러 정당원과 간디학교 등의 학생들, 신부님·목사님·스님 등의 종교계,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의 노동계가 대거 참여한 보기 드문 행사였다.
필자가 참여한 울산 참여단이 행사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별도의 행사가 사전 행사처럼 열리고 있었는데,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였다. 필자가 아는 한 산별노조의 결의대회는 보통 임금 등 경제적 이슈이거나 정권의 노동탄압에 대한 저항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날의 주제는 기후위기였다. 결의대회의 공식 행사명은, ‘함께 살기 위해 멈춰! 기후 악당 윤석열 정권을 향한 공공운수노조 하루 멈춤 결의대회’였는데, 상당한 변화의 장면이었다. 노동계에서 집단적으로 기후위기를 주제로 결의대회나 기타 등등의 행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행사명 밑에는 ‘노동자가 앞장서는 정의로운 기후전환, 공공성 중심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이란 문구를 적어 행사의 의미와 활동 방향도 제시했는데, 기후전환과 그 핵심인 에너지 전환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을 노동계의 일부가 공식적으로 천명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서 노동자의 선진적 역할을 적절하게 표현한 첫 사례이지 싶다.
그리고 또 특별하게 보였던 것은 학생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과 자기표현들이 절실해 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학생들이 들고 있던 피켓 중에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어찌 보면 ‘웃픈’ 문구도 있었고, ‘당신은 늙어 죽겠지만 전 기후위기로 죽겠어요’나 ‘지금 막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어떡합니까? 라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심정을 표현하는 피켓 문구도 보였다. 청소년들에게 기후위기는 곧바로 자신의 생물학적 실존의 문제라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이러한 태도와 관점은 그 이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서 상인들에게 소등을 강하게 권하는 모습들을 뉴스로 보도한 내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다소 웃기는 듯한 희화화의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만큼 자신들이 스스로 느끼는 강도가 작년보다도 더 심각해져 있음을 그날의 세종거리 곳곳에 참여한 학생과 청년들은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들이 과민하거나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권부에 앉아있는 집권세력과 결재란에 도장 찍는 고위관료들이 특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분명히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에 스위스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된 IPCC의 기후변화에 관한 6차 보고서는 단기적 정책대응을 전 세계에 요구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경고를 했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이미 지구 온도는 1.1도가 올랐는데, 1.5도 상승까지 남은 탄소배출량은 5,000억 톤으로, 현존하거나 정책에 계획된 석탄과 가스 등의 화석연료 발전 인프라만으로도 8,500억 톤을 배출하게 되어있어 1.5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피하고, 2.0도 이내로 제한하려 해도 남은 탄소배출량은 1조 1,500억 톤으로 8,500억 톤에서 불과 3,000억 톤밖에는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195개국의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한 만장일치의 결과이다. 단위가 너무 커서 현실감이 없는 데다가 탄소가 눈에 보이는 살상 무기도 아닌 만큼 인식과 행동의 간 극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해도, 과학적 결과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학생과 청년들이 유난을 떠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오히려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현실에 대한 불감증으로 현실을 외면하느라 유난을 떠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위의 6차 보고서에도 적시되어있다. 1980년생이 앞으로 직면할 최대 상승 온도는 2.4도이지만, 2020년생은 4.4도로 시나리오상 가장 가혹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 직시나 외면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드는 매개를 재생에너지로 볼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경제 규모에 비해 절대적, 상대적으로 후진국으로서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의 행태는, 학생과 청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지경까지 가고 있다.
지난 3월 21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정부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내놓은 2050년 탄소 중립 이행계획인데,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설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사회의 약속이기도 해서 유지하지만,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줄인 게 핵심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안이 당시에 ‘현실성’ 운운하며, 국가 탄소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14.5%로 낮게 잡아서 비판을 받아왔는데,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서 다시 11.4%로 더 낮추면서, 재생에너지는 그대로 놔두고 핵발전 확대로 산업 부문 축소분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탄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기-승-전-핵발전이다. 재생에너지는 엑세서리 수준으로도 안 끼운다. 핵발전으로 탄소도 감축하고 핵발전으로 수소도 만들고, 핵발전으로 수출도 일으켜 핵 부흥을 통한 국가 성장을 얘기하는 만능 도깨비이다.
중앙정부의 이런 경향은 울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탄소가 국제공급망의 기준이 되고 탄소 국경세 등이 수출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도, 탄소 다 배출 도시이자 수출도시인 울산에서 울산이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탄소 감축 로드맵은 오리무중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인 부유식해상풍력사업이 멈춤 상태가 되도록 해태하면서 국제적 기업의 표준화인 RE100 정책도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최근 탄소 최다 배출 5위인 S-Oil에서부터 SK나 롯데케미칼. LG화학, 고려아연, 효성 등 탄소 배출 2위 업종인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발표되어 더 증설하여 투자한 만큼 탄소는 더 배출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울산시의 구체적인 로드맵은커녕 예상 배출량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탄소 중립시대의 투자로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는 탄소 중립시대에서는 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수출 위주 경제구조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반기업적이기까지도 하다. 언제까지 학생과 청년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 김형근 님은 민주당울산시당 재생에너지와 RE100추진 특별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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