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27 15:25
[177호] 인권 포커스 - 윤석열 정부의 ‘교권’ 대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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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교권’ 대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조영선

# 2023년 대한민국 교육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012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희생당한 학생의 문제가 전국적으로 사회문제가 된 이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일명 학폭법)이 강화되고,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때 교육•시민사회 단체들은 ‘입시로 과열된 현재의 분위기에서 학교생활기록부에다 학생을 낙인찍는 방식은 교육적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조치 사항이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고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걸 우려가 있으므로, 이 정책은 학교 현장에서 법적 분쟁을 촉발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서로를 고발하는 학교의 사법화는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이 학폭법의 학교폭력대책위와 교원지위법의 교권보호위원회의 문제 해결 방식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학교폭력대책위는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만을 특정하여 처벌할 뿐, 그 폭력 사건이 일어난 학급이나 학교에 어떤 폭력적인 문화가 있었는지, 왜 그러한 폭력이 용인되었는지, 가해•피해자 사이의 다른 역사는 없는지 살피지 않는다. 교권보호위원회 역시 교권침해 학생을 특정하여 그 사건에 대한 사항만 벌을 주고,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떤 구조적 해결책이 있어야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지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즉 맥락을 거세하고 가해자를 솎아내어 징벌하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 교육부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을까?
- 기본권을 침해하는 권리를 통해 교사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
- 휴대폰을 수거할 권리가 교권인가?


이제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과 관계, 학습, 여가, 배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기기이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스마트폰의 수거가 단순히 통신의 자유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즉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이 한 사람의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는 유일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범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을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살피고 성찰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교사가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학생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의 교권을 주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현재 제안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안은 교사를 무고한 신고에서 보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어떤 법으로도 민형사상 신고나 소송을 막을 방법은 없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예외 조항이 생긴다고 해도, 이것은 신고 후 사법적 판단 절차에서 감형이나 무죄의 근거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신고 자체가 금지될 수는 없다. 이러한 법 개정으로 실제 ‘면책’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교육당국이다. 실제 면책이 되지도 않는 면책권을 주는 듯 떠들며 부담을 교사에게 지우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하고, 교육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학교 안에서의 폭력행동, 정서적 문제 등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심리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의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없이) 면책권을 준다는 것은 교사로 하여금 때로는 경찰도 되었다가, 지식을 가르치는 강사도 되었다가, 상담가나 복지사도 되었다가(->되었었다가), 행정공무원도 되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혼자서 떠맡으라고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진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전문가 간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 교권 침해행위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강제 조치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을까?

해당 교사가 아니라 관리자 중심으로 학부모의 민원 절차를 체계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된다고 하여 학부모가 교사에게 근무시간에 전화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학부모에게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사안과 담임교사와 상의할 사안을 구분할 수 있게 하고, 민원 절차를 통해 학생에 관한 문제가 공정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학교 안에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이 실현 가능해지려면, 관리자가 학부모와 교사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는 존재여야 한다. 왜냐하면, 교장을 통한 민원해결 과정에서, 교장이 자신의 인사권(교장은 교사에 대한 구두경고, 시말서 등의 징계권을 가지고 있다.)으로 교사에게 부당한 사과를 강요할 수도 있고, 학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소송으로 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원 절차를 체계화하되 그 절차를 설계하는 기준으로 학생인권보장의 원칙 및 기준이 명확해져야 한다.

# ‘교권’정책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 일관되지 않은 고시 대신 학생인권법 제정을!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인권의 기준이 적용될 때 교사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 침해행위를 명시하여 학생 인권의 기준을 명확 하게 제시함으로써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시•도교육청에 학생인권옹호관과 센터를 둠으로써 학교에서 인권 침해 발생 시 조사하고 공론화하여 해당 학교, 학생, 교사 모두에게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단위 학교에서 학생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층위의 권고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 학생인권제도화로 아동학대 의심행위에 대해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서 검토를!
학교에서 자녀의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공정하게 다뤄줄 절차와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동학대 신고이기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우선적으로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서 다룰 경우 단순히 교사에 대해 조치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 대한 실태조사나 학생과 교사에 대한 인권교육 등 학교 문화를 바꾸는 조치를 동반할 수 있기에 학부모에게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다.

- 학생인권을 기반으로 한 학교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학생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호소 상황을 판단할 행정기구(학생인권센터나 옹호관)를 둠으로써 모든 사건이 사법기관으로 가면서 생기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인권 구제기구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인권침해행위는 한 교사의 인권감수성이나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만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교사가 속한 학교나 교육청에도 그런 행위가 용인되는 문화를 만든 책임이 있다. 교육기관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행위는 개인의 일탈 행위를 넘어 공동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교육문화 전체를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교육과정 편성권 보장, 교원평가, 성과급 폐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과목과 교사의 철학에 따라 수업 방법이나 진행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지표로 1년의 교육활동에 순위를 매겨 교사를 모욕하는 성과급 제도와 일회적인 수업 참관을 통해 교사의 점수를 매기고 성희롱 등 익명의 모욕성 평가에 교사를 노출시키는 교원평가는 분명한 ‘교권침해’이다. 교사정원을 단체행동권으로 확보할 수 있고, 차세대 NEIS 등 교육활동에 무리를 주는 행정에 단체 행동으로 항의할 수 있고, 정규직・비정규직이 아닌 동료들과 근무시간에 우리 반의 어려움을 학교에서 나눌 수 있는 노조 활동 시간이 보장될 수 있는 정책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교사에게도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 전반적인 문제인 출생아 수 급감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것을 교사의 수, 신규 임용의 수를 줄이는 원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교사 수를 유지하여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아야 한다.

- 마무리
학생의 인권과 교육노동자의 인권과 양육자의 인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각 주체가 문제들을 함께 협력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그러한 방안을 모르쇠하고, 갈라치기에 골몰하는 교육 당국이 진정으로 책임지도록 할 수 있을 때 문제 해결이 시작될 것이다.

※ 이 글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가 지난 9월 22일 전교조 울산지부 교육관에서 [‘교권’대책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란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조영선 선생님(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이 발표한 내용을 축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