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9-27 15:20
[177호] 시선 둘 - 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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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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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편집위
작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 도입을 촉구했고, 이에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국의 육아도우미 고용에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 반면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 2023년 12월 필리핀 출신 노동자 100명을 비전문인력 고용허가제로 부른다는 것이다.
이 정책에 혜택을 받는 대상이 20~40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임산부 등이라 한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하에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정말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까? 1987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2.2명에서 22년 1.05명으로 떨어졌다. ‘헬퍼 제도’가 도입된 지 반세기가 다 돼가지만, 출산율은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의 실제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 성인 15~59세 2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하는 양육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일하는 시간과 돌봄 시간 중 어떤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한지도 조사에서 ‘양육자의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주로 서비스나 타인의 도움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양육자의 직접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주로 일하는 시간에 대폭 변화를 주는 지원을 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분석한 결과 ‘일하는 시간 보장’보다 ‘자녀를 직접 돌보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성·연령·학력·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행한 이슈 리포트 〈‘돌봄’의 관점에서 본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장주영 부연구위원)은 해당 조사를 인용하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라는 정책의 방향성이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국민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수요가 있어도 일부 소수 계층에만 해당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 200만 원 이상을 주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가정은 현실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출생률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서비스를 시장에 맡기고 지불 능력이 있는 소수 가정에만 혜택(장기적으로는 혜택이라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을 주는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이다”라며 “대다수 다른 가정은 똑같은 시민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주희 교수는 “저출생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장시간 노동이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조직이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더 지고 있는 여성은 승진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경력단절이 되기 쉽다”라며 “그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덜 일하는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밖에 재취업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여성은 자녀를 낳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준비 없는 졸속 도입이다. 정부가 빠른 속도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해도 될 만큼 한국사회는 과연 충분히 준비돼 있을까. 한국사회가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외국인노동자들을 불합리한 차별과 착취 없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가뜩이나 평가절하된 돌봄노동의 가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으로 인해 더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주희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보수로 가정 내 돌봄노동을 하게 되면 시장에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유급노동에 종사한다고 해도 그 소득은 감소한다. 얼마나 소득과 재산을 늘리는가의 관점으로 한 사람의 노동의 가치를 평가한 탓에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여러 다른 형태의 노동, 즉 돌봄노동과 자원봉사, 지역사회운동 등의 가치는 항상 저평가돼왔다”라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이런 우리 사회의 유급노동 편중성과 돌봄 가치의 하락을 오히려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지급할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한 가구의 남녀 모두 장시간 더 일할 인센티브가 강화되고 돌봄은, 돈을 번다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저임금을 주는 다른 노동자에게 맡겨 버릴 수도 있는 일로 더 평가절하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같은 정책은 ‘성장’이나 ‘비용 절감’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한다. 문제의 원인을 문제의 해법으로 내세운 셈이다. 저출생을 야기한 사회의 기반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한국의 저출생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이 도입되려면 기존 가사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장 대책, 주거대책 등 충분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이민정책으로 자유비자, 취업비자 등 자유로운 이민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중년여성들의 영역으로서의 환경,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연령상향조정으로 그 차익을 젊은 세대에게 지원, 투자하는 방식의 정책도 함께 고려해봄이 어떨지 싶다. 이상 편집위원들의 토론장이었습니다.
돌봄이 기꺼이, 즐겁게 같이 나누고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되어야 돌봄 노동의 가치와 대우도 높아질 것이다. - 《돌봄과 인권》 김영옥•류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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