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7-30 13:31
[151호] 인권 포커스 - 인권정책기본법 입법예고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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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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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정책기본법 입법예고를 보면서
신강협
어떠한 법안이든 간에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법안은 초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법이 없다. 그리고 늘 고민의 지점이 생겨난다. 어느 정도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인권정책기본법은 8월초까지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입법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인권정책기본법을 요리조리 톺아보고자 한다.
우선, 인권정책기본법이 법무부와 국가인권위가 공동으로 추진해서 입법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관해 필자는 국가인권위에게 인권기본법이나 인권교육법 등 인권관련 기본법령들의 입법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묻고 싶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여타 인권관련기본법안 입법노력을 뒤로 물리고 결국 법무부와 협의 하에 입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국가인권위의 역량 한계에 실망감이 크다. 어쨌든 이번 인권정책기본법 입법 예고는 국가인권위가 그나마 현실적으로 잡은 인권관련법 입법 기회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인권정책기본법은 기본적으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다른 인권관련 조항들이 추가로 삽입되어 있다. 지자체 인권기구 설치, 국제 인권, 기업 인권, 인권 교육 관련 항목이 들어가 있다. 이왕 입법절차를 밟는 김에 그간 이루지 못한 조항들을 인권정책기본법에 몰아넣은 느낌이 든다. 현실적으로 타협 가능한 지점에서 최대한 성과를 이루고자 애썼던 법안 설계자들의 의도이지 않았을까? 그래 현실적인 실현이 가능하다면 이런 방식이라도 최대한 수용해보자. 그리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제대로 된 법안이 입법만 된다면...
둘째, 국가인권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있어서 조직의 위상이 국무총리 산하에서 법무부로 격하되었다. 왜? 이유가 황당하다.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법무부의 인권업무에 대한 인권운동진영의 불신은 접어놓더라도, 관료 조직이 국가의 인권 업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들에게 있어 인권 업무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일 뿐이다. 국가인권기구설립에 관한 파리 원칙에서 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하게 요구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또 인권기구 또는 인권정책이 행정기관장의 소관이 되고 기관장의 성과가 되어야 하는 관료적 사고에서 국가인권정책위원회는 굳이 위상을 높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법무부에 두는 것이 훨씬 간소하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권의 본래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국무총리 산하로 위원회의 위상이 격상되어야 한다. 이는 이번 인권정책기본법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다.
셋째, 정책기본법 이외에 여타의 조항들을 보다 세밀하게 구성해야한다. 인권관련 기본 법률에 들어가야 하지만, 현실적 타협으로 이번 입법과정에 추가한다고 하면 그 내용이 좀 더 세밀하게 표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인권기구 설립을 의무조항으로 두었지만 기초지자체는 임의조항이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결국 지자체의 인권기구에 대한 보다 세밀한 검토나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인권기구의 형태, 기능, 그리고 현재 지자체 조례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인권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독립성과 전문성 등등 수많은 점들이 검토되어야 하지만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인권교육 관련 조항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권교육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만을 넣고 있을 뿐이지, 실제 인권교육현장에서 고민되고 있는 지점들에 대해서는 검토가 부족하다. 기업인권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도 기업인권을 본격적으로 적용해본 적이 없다. 이제 시작 단계의 인권 분야이다.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국가인권정책기본법에서 하나의 장을 차지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세부 법안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어색하게 인권관련 기본법안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다. 이왕에 법안에 넣을 것이라면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하여 조항을 재구성해야 한다.
넷째, 국가인권기구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있어 얼마나 많이 개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위상은 어떻게 설정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한 행정기관들 간의 경쟁이 아니라 인권기구로서 인권정책의 생산과 수립, 시행 과정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도 아닌 활동가가 법안을, 그것도 정말 중요한 기본법안을 살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리 딱딱한 단어들 뒤에 숨어있는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권의 관점에서 이런 핵심적인 기본법안은 몇 번이라도 곱십어 보고 또 보고, 뒤집어 고민하기도 해야만 할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온다. 많은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좀 더 많은 집단 지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 신강협 님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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