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 및 운영의 의무화
조양재
2019년 인천대 교수 수업 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여성?소수자 혐오 발언, 2020년 서울대 음대 교수 성추행 사건 등 대학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다양한 인권 문제가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 침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문적인 전담기구가 부재 또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적절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고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내년 3월 24일 대학 내 인권센터의 설치 및 운영을 의무화하여 대학 내 성폭력 및 성희롱, 부적절한 업무지시 등의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한편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인권센터의 설치 및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학 내 인권 침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나 국가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과 개입이 없다면 지금처럼 형식적 기구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정 고등교육법 제19조의3 제2항에 규정된 인권센터의 업무는 첫째,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상담, 진정에 대한 조사 및 이와 관련된 시정권고 또는 의견표명. 둘째,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셋째, 성희롱·성폭력 피해예방 및 대응. 넷째, 그 밖에 학교 구성원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체 대학 중 인권센터가 설치된 곳은 238개의 대학교·대학원 중 89개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62개 대학 인권센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근무인력은 170명이었다. 대학 당 2~3명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미 고용된 근무인력도 대부분 계약직으로 계약 기간이 최대 2년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가 약 71%에 해당하는 121명으로 파악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인권센터가 제대로 운영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근무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있는 매우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으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인권센터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개정 고등교육법 제19조의3 제3항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권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재정지원 근거를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된 만큼 국가나 국가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인권센터의 운영체계에 관련해서, 대학에서는 기존의 대학 내 기구의 기능을 합쳐 무늬만 인권센터로 간판만 교체하여 전문 인력의 충원 없이 기존의 비정규직 근무인력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운영체계의 문제에 대해서 학교보다는 국가나 국가기관이 주도적으로 계획 및 실행해야 할 것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 등과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인권센터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과 예산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나 대학 인권센터 간의 협업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며, 업무의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인권센터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 조양재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부설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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