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사건을 보며...
강혜련 l 회원
갈수록 가관이다. 웃지 못할 코메디이다.
지난 5월 한 달은 윤창중이라는 이름 하나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가문의 영광, 나라의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내용은 천지 차이지만 그야말로 싸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이름을 확실하게 인지를 시키고 만 것이다.
윤창중 사건에 이어 육사생도의 성폭력 사건, 경찰 고위층의 성추행 등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성폭력 사건은 몇 년 전에 상영된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했던 대사인 ‘대한민국이 강간 공화국이냐’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다.
성폭력 방지법이 만들어진지 20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서 성폭력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각개 각층에서 일상화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여전히 여성에 대해 얼마나 쉽게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수 있다.
대통령이 여자가 되어도 여성 인권이 나아지기는커녕 그 주변 인물들의 파렴치한 행각을 보면 과연 여성 대통령에 대한 조금의 존경심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허울 좋은 얼굴마담 역할만 맡기고 본인들은 권력의 단맛에 취해 함부로 횡포를 부리고 저질스러운 행태를 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한 대통령의 인사가 얼마나 큰 후유증과 문제점을 낳는지를 느꼈을 것이다.
윤창중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의 미심쩍은 경력과 절제되지 않은 글과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대변인 임명에 반대했지만 박대통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밀어부쳐 윤창중은 자신이 대통령의 무한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고 그 뒤의 그의 행적은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단지 ‘허리를 한 번 툭 쳤을 뿐이다’라고 해명하는 대목이었는데 도대체 어떤 여성이 그 행위 자체로만 고위층을 대상으로 감히 고소를 하겠는가?
이는 고 박종철 사건때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연상시키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의 특징이 사건 발생 후 하는 변명이 자신은 친밀감의 표현이었다, 술김에 정신이 없었다, 고소인이 먼저 유혹했다는 식의 발뺌을 하는데 윤창중 역시 미국에서 급히 도망쳐 숨어 있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코메디를 연출하여 더욱 더 빈축을 샀다.
이는 피해 여성을 두 번 농락하는 것으로 피해여성을 정신이상자나 꽃뱀으로 몰아 오히려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인양 주장하는 것으로 보통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전형적인 작태이다.
필자가 이 사건을 보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나이 어린 ‘피해자’ 였다.
얼마나 황당했겠으며 이후 언론과 인터넷의 선정적인 보도양태를 보며 깊은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주변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하였는데 정치 사건화 되고 외교 문제로 비화되면서 이 사건이 이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올 지도 몰랐을테고 자신의 신상까지 털리는 것을 보며 이 여성이 신고 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성폭력 사건시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윤창중의 발언만 계속 보도 되면서 이어진 진실공방은 혹시나 이 여성이 가벼운 접촉에 너무 예민한 반응을 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여론조차 나오게 만들기도 하였다.
앞으로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대통령의 입이 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은 대변인이 그것도 타국을 방문 중에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딸 같은 인턴을 술집에서 하는
추태를 보였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가적인 망신을 시킨 것으로 더 이상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다.
말로만 4대악 근절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최연희 국회의원, 우근민 제주 도지사, 김형태 국회의원, 강용석 국회의원 그리고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고 장자연 사건 관계자들과 현재 진행중인 건설업자의 성접대 등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고위층들의 성폭력, 성상납 사건은 계속 될 것이다.
윤창중 역시 얼마든지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헤프닝 이었을텐데 모진년(?) 만나 재수없게 걸렸다라고 생각할 수 있음에 철저한 대책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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