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7-30 13:13
[151호] 이달의 인권도서-『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저 / 반비 2021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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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저 / 반비 2021 / 정리 : 배미란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은 저자인 김현미 교수가 ‘일상의 여성학 : 인간적인 노동과 삶을 위한 일상의 재배열’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제목과 같이 ‘통합적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 인식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과는 다릅니다.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이 소비나 문화를 통해서 여성들이 자신의 감각, 쾌락, 원하는 삶의 형태를 확인하고, 자신이 택한 패션, 음악, 음식 등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곧 여성의 지위와 권력을 향상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실험하는 페미니즘의 한 유형이라면, ‘통합적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이란 삶의 태도, 가치, 지향점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저자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양비론이나 이분법이 아니라 평생을 가져가야 할 삶의 태도이자 세상을 보는 관점이자, 누구와 무엇을 모색하며, 어떤 희망과 목적을 갖기 위해서 내 에너지를 생성하고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입장이며, 무엇이 중요한 일, 기쁜 일인지에 대한 참조 체계를 바꿔내는 과정입니다.

여성들은 통합된 인격체로서 일, 활동, 소비, 친교 등에서 페미니즘적 일관성을 갖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고민들을 합니다. 번아웃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여성 상사?동료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 소비하지 않아도 즐기고 좋아하고 친해질 수 있을까? 나를 희생하지 않는 돌봄과 보살핌은 가능할까? 과시하지 않고 능력을 인정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굿즈와 펀딩이 없는 운동은 어떠할까? 등을 말이죠.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삶의 태도와 가치를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사회 구조적 조건을 파악하고, 이를 공동체적 연대로 해결해 가자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크게 「신자유주의 경제와 여성의 일터」, 「시간의 재배열을 위한 기획들」, 「위치 이동을 위한 사유들」, 「여성 연대를 위한 실천들」의 4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여성의 노동, 시간, 소비 중심의 삶과 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1강 「신자유주의 경제와 여성의 일터」에서는 여성의 임금노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모든 여성에게 일은 인생에서 예외적으로 존재하는 순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경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일터에는 다양한 문제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흔히 알려져 있는 성적 위협이나 남녀임금차별문제는 물론, 재생산 영역의 상품화, 돌봄의 저임금 여성 일자리화, 불안정한 대규모 프레카리아트의 양산 등을 제시합니다.

2강 「시간의 재배열을 위한 기획들」에서는 현대 자본주의는 시간 통제를 통해 인간의 노동력을 배치하고 영리를 극대화하는 시간 체제이고, 이러한 체제는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노동력과 건강, 감정을 건강하게 재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시간조차 빼앗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로주의에 입각해 인간을 사회화하고 자활노동과 자율노동을 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 내의 돌봄은 늘 여성의 일로 치부되어 왔기 때문에 여성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족 내 민주화와 성평등, 탈노동과 반소비 등을 바탕으로 시간 체제에 잡혀있던 자신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시간을 재배열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3강 「위치 이동을 위한 사유들」에서는 페미니스트로 살고자 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그러한 불안을 만들어 내는 불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은 직접행동주의를 통해 개인의 당사자성을 중시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익명이 중시되고, 내부의 다양성은 통제되며, 이른바 마켓 페미니즘이나 팬덤 문화와 같이 소비를 통한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또한 온라인상의 열정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 점 등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피해자성만을 바탕으로 하는 운동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서로 어떻게 장기적인 관계 맺기를 할지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최근의 여성운동의 특징인 소비를 통한 정치 참여 역시도 결국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 우울을 소비로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 합니다. 따라서 각종 미래주의의 불안과도 거리 두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재배열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제시하고 있습니다.

4강 「여성 연대를 위한 실천들」에서는 여성들의 변화하고 싶은 열망과 그것을 실현해낼 방법으로서 여성들 간의 관계 재배열 문제를 다룹니다. 다시 말해 일터와 삶터를 어떻게 여성들 간의 감정적인 연대와 협력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할 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들은 이제 가부장적 제도로부터 인지적, 물리적, 심리적 분리를 통해 힘을 키워내고, 여성의 대안적 공간과 공동체를 만들어, 그동안 남성에게 베풀어 온 성, 물품, 돌봄과 서비스를 오직 남성이 아닌, 여성을 포함한 다른 존재에게 재할당해야 함을 제시합니다. 또한 그러한 공동체는 서로를 과도하게 드러내는 공동체가 아닌 서로의 불안정성을 수용하고, 놀이와 노동이 동시적으로 작동하며, 일과 삶터에서 순환하는 여성들의 능동적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돌봄과 자원의 교환은 어려운 시기에 자연, 인간, 사회를 살려내는 큰 힘이 될 것이기에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희망하지만, 그간의 돌봄은 여성과 생태계를 수용 및 회복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착취해서 얻은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후의 돌봄 사회는 돌봄을 여성의 일로 본질화해서는 안 되며, 성이나 계급을 초월한 인간 돌봄자의 인격을 구성해내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