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란 이름에 대하여
이영환
5월 18일 스톱일론(STOPELON)이라는 단체는 “목표는 (디지털 코인)시장의 가장 큰 시세조종자(머스크)를 없애는 것”이라며 스톱일론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 경영권을 확보한 뒤 머스크를 해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단체명과 같은 ‘스톱일론’ 디지털코인(가상화폐)을 출시했다. 당일 스톱일론은 512%까지 오른 뒤 폭락했다. 머스크에 대한 욕설을 담은 코인(F***ELON)은 출시 직후 5700% 급등했다가 그대로 추락했다.
욕망의 거품으로 요동치는 디지털 코인(일명 가상화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는 가상화폐란 단어를 부정적으로 본다. 화폐라는 단어가 줄 수 있는 혼돈 때문이다. 주화를 일컫는 ‘코인’이란 단어를 누군가 ‘화폐’로 해석하면서 ‘가상화폐’란 단어가 보편화된 듯싶다.)
언어는 의식을 반영한다. 서 있는 위치가 바뀌면 풍경이 바뀌듯 언어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으로 좀 더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찾는 노력은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근로자’라는 용어에 사용자의 입장이 묻어있다며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적 용어를 노동자로 바꾸자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이유다.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른 블록체인 업계에도 이런 용어가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주로 암호화폐라고 한다.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복사하기 쉬운 디지털 파일(또는 상품)을 암호화 기술로 방지했다는 것이다. 기술적 부분인 ‘암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란 단어가 가장 널리 이용된다. 2017년 정부는 가상통화라 불렀는데 언론에서 가상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여기서 중심은 ‘사실이 아니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실이거나 실제로 있는 것처럼 가정하여 생각’한다는 의미의 ‘가상’이다. 화폐 발권력을 가진 정부의 고민이 들여다보인다.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투자자산으로 사용한다. 업비트와 같은 거래소에서도 투자자산으로 쓴다. 금융당국을 신경 쓰는 모습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가상 0자산’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2020년 3월 국회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나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상품으로 본다. 오프라인에서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게 아닐까? 그 상품이 자산으로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 상품을 바라보는 개인들의 몫이다. 희소성을 부여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NFT(Non-fungible token ; 대체불가능토큰)를 활용한 팝가수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이 10점이 65억에 거래된 것 그 예라 하겠다.
어느 날 누군가 만들어 놓은 디지털 상품에 화폐란 이름이 붙고, (테슬라)자동차를 구입하는 (비트코인은)결제수단이 된다. 전통적 화폐(주화 또는 지폐)보다는 가상화폐(카드, 카카오페이, 게임머니 등) 사용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가상의 공간에서 숫자가 오고 가는 것 아닌가?
여기에 개인들의 자산증식 욕망이 덧쌓이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투기로 인한 거품으로 기록되는 17세기 말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튤립 구근(뿌리) 하나가격이 8만7000유로(약 1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사건이다.
욕망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차분하게 가족과 또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비트)코인을 대표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간 디지털 상품들은 가상(암호)화폐일까, 투자(가상)자산일까, 아니면 (블록체인)기술일 뿐일까? 내 주변에서부터 가치중립적 용어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보자.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편집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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