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5-31 19:23
[149호] 인권 포커스 -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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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화


작년 9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10만 입법청원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투쟁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해 1월 8일 ‘기업’이 빠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입법되었다. 의미 있는 법안 내용도 있었지만,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치면서 법안의 본질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대표적인 항목이 바로 유예 조항이다. 법률 공포 1년 후에 시행하되,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공포 3년 후에 시행하도록 하였다. 그래서일까? 올해도 중대 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업종과 지역,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조선소에서 제철소에서 부두에서 환경업체에서 자동차 공장에서도.

# 중대 재해사고 평균 과태료 450만 원

최근에 시민의 공분을 자아내게 한 故 이선호 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무려 18건에 달하는 안전관리규정 위반이 나왔다. 안전장비나 안전요원도 없이 2인 1조가 아닌 혼자서 일을 했다. 현행법으로는 과태료 부과가 끝이다. 통계를 보면 재해사고에 부과되는 평균 과태료는 450만 원이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도 모두 안전요원 없이 혼자서 일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추락이나 협착(끼임) 사고의 대부분은 혼자서 위험한 일을 하다가 발생한다.

# 유예된 법과 노동자의 죽음

작년 기준으로 중대 재해와 업무 중에 입은 질병을 합쳐 매일 6명 정도가 세상을 등진다. 그중 2.4명은 노동현장에서 중대 재해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 정도면 이 나라에서 코로나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또한, 지난해 기준으로 중대 재해 사망사고의 82%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만약 올해 입법한 법에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조항이 없었더라면 많은 분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리라. 돌아가신 노동자의 상당수는 오늘도 하루 일을 마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 재발방지합의 지켜지지 않아

이번 어버이날에 일하다 사망한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노동자의 추락사를 보면 안전조치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표준작업지시도 없이 구두 작업지시를 통해 용접작업을 하다가 20M 높이에서 떨어졌다. 밀폐공간인 탱크 용접작업 시에는 반드시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요원은 물론이거니와 공정 위험성 평가도 없었다. 충격적인 것은 2016년에 유사한 작업에서 추락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재발방지대책이 합의되었으나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기계약 물량팀이 아니었다면 회사의 태도는 어땠을까? 참고로 단기계약 물량팀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 고용노동부는 공범!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업무 태만을 넘어서 자본과 한 통 속의 공범이 된 지 오래다. 중대 재해사고가 나면 유사한 작업에 대해 신속히 작업중지권을 발동하여 재발방지대책을 세밀하게 세워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고용노동부는 언제나 소극적이다. 작업장의 위험 요소를 가장 잘 아는 이가 누구겠는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임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노동부 고용지청은 이 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 요구를 묵살한다. 이들에게 노동자의 안전은 생산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고려대상이다. 같은 종류의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어도 고용노동부의 태도 또한 대단히 일관되게 반복적이다.

# 성의 없는 근로감독과 후안무치한 회사의 합작품, 현중의 산업재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사업장이 현대중공업이다.

창사 이래 확인된 사망자만 496명이다. 작년에 현중에서 중대재해사망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특별근로감독관들은 지역을 관장하는 고용지청장들이다. 요즘 말로 에이스 중의 에이스들이다. 그들이 현중의 경영진에게 한 말은 “경영진의 안전의식은 매우 뛰어나다.” 이 말을 교섭자리에서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노동조합 교섭위원들에게 자랑하는 경영진. 왜 그곳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그리고 노동조합

지금 한국사회 경제의 작동원리를 요약하자면, ‘이익은 사유화, 위험은 외주화, 손실은 사회화’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 논리로 해결책에 접근해보면 중대 재해사고로 인한 벌금이 안전조치에 투자하지 않아서 취한 이익보다 많을 때 자본은 태도를 바꿀 것이다.
시민사회가 좋아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접근해보자면, 노동3권이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참여가 보장될 때 세계일등 산재 발생국이라는 오명은 벗겨질 것이다. 실제 노동조합의 현장 권력과 자주성이 강한 사업장일수록 중대 재해사고의 발생빈도는 크게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다. 사업주가 노동자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명확히 이행하도록 지도 감독하는 일이 고용노동부의 임무이다. 반복되는 중대 재해사고에 대해 근로감독 책임자에게 공무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 김용화 님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