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1-28 18:37
[145호] 인권 포커스 - 아동학대, 이대로는 안된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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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이대로는 안된다

이미영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스페인 출신의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49~1909)의 평전 제목으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아동 학대 문제에 ‘경종’을 울린 문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아동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도 몇 년 전 계모의 학대를 받다가 어린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로, 또 지난해에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아이들과 관련된 마음 무거운 이야기인 '아동학대'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하고 근절해야 할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은폐되고 제대로 조치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이번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16개월 정인이 사건만 보더라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이 되고 신고접수가 3차례나 되었지만 피해자를 돕는 시스템은 즉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를 특별수사대가 맡지 않아서가 아니라, 초동수사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해서 정인이가 사망한 것이다. 초동수사나 초기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관련 예산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현장에 부족해서이다. 선진국들도 여러 번의 진통 끝에 체계적인 아동학대 예방, 수사, 피해자 보호, 피해가족 지원 정책을 만들어냈다. 영국에서는 2000년 함께 살던 고모할머니에게 잔인하게 학대받고 사망한 빅토리아 클림비 사건(128군데 신체 상처, 12번의 발견 기회 놓침) 이후, 정부가 380만 파운드(65억정도)를 들여 2년간 장기 조사 후 108개의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클림비 보고서(Climbie report)’를 내놓았고, 아동법을 처벌 강조에서 예방 중심으로 개정했다. 지역에서도 시행 가능한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의도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등 양형 기준도 엄격해졌다.

아동 학대는 부모 등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18세 미만인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막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보호자가 아동을 내다 버리거나 보호하지 않은 상태로 두는 ‘유기’ 역시 아동 학대다.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불결한 환경에 두며, 위험한 상태에 방치하고, 이유 없이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는 ‘방임(방치)’도 대표적인 아동 학대에 속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언어적, 행동적 폭행을 당한다면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고 이를 극복하기란 어렵다. 학대 및 방치를 당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인이 된 사람들은 우울증, 불안 등을 겪을 우려가 있다. 또 이들 중 다수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쉽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 날 때마다 면피용 정책과 법을 만들기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동을 향한 폭력의 예방, 조속한 조치, 전문적 치료와 재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와 처벌, 학대 이후의 후견인 지정과 좋은 양육 제공 등 과정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필요한 예산, 행정 체제, 법 등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내년부터 울산지방경찰청과 함께 기존 이론 위주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사례 위주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울산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과 울산 남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주관으로 부모와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 등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 연령별 긍정적 훈육 방법, 아동 특성에 따른 적합한 양육방법, 학대 사례를 분석해 사례별 양육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울산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 신고앱(아이지킴콜112) 설치·활용,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 아동학대 범죄 처리절차 및 아동학대 사례 중심 교육을 수행한다고 한다. 울산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학대 판단 건수는 2018년 738건, 2019년 804건, 2020년 상반기에만 476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아동학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먼저 부모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즉,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랑의 매’는 맞지 않는다. 아동의 행동은 매로는 고칠 수 없으며, 어떤 이유로도 아동 대상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울산시는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범위를 정의하고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여야 하며 전담공무원 충원 및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 아동 등 관련인 들에 대한 즉각적 심리상담 연결이 필요하다. 학대에 따른 심리치료 과정을 이해한다면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님을 알 것이다.

또한, 교사 당 담당 아동수를 좀 더 축소시켜 손길이 더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기관의 경우 교사 채용 시 적성검사를 하고 있지 않는 곳은 지금부터라도 기본적으로 실시하고 입사를 한 뒤에도 뒤늦게 인성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퇴사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주변에서는 아동 학대 범죄가 의심되면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멍 또는 상처가 있는 경우, 아동의 울음 및 신음 소리가 계속 들릴 경우,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 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 등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른들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 이미영 님은 울산시의원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