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교육
황혜주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공포와 함께 2020년이 지나갔다.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하늘 문을 비롯해 서로를 연결하던 많은 문들이 굳게 닫혀버렸다. 2021년 새해를 맞았지만 아직도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은 마스크가 되었다. 마스크 안 쓴 내 모습이 이제 어색하기까지 하다.
2020년 6월 22일 울산시에서 100일째 코로나19 ‘0’ 기자회견을 했고 울산시 교육청에서도 학생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시름을 놓던 바로 다음 날인 23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매일 울산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라도 학교 문을 닫으면 큰일인 듯 여겼었는데 수시로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미래학습 방식이라 여겼던 원격수업이 공교육에서도 기습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그나마 하루하루 선생님과 학생들을 이어주고 있다. 어렵게 대면수업을 시작했어도 서로 얼굴도 확인 못한 채 수업을 해야만 했던 모습이 안타깝게 스친다.
사상초유의 상황에서 등교와 온라인수업을 오가며 교육은 어떤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을까? ‘등교수업이 위험하지 않았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으로 교육부에서도 등교수업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이다. 등교를 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커지면서 차라리 등교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게 되던 중이었다.
학원에 보내지 않던 학부모들도 걱정이 되어 학원을 보내거나 개인과외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학교는 문을 닫았는데 학원을 간다? 학원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어쩔 수 없다며 학원을 보낸다. 원격수업을 한다며 컴퓨터를 켜놓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학부모들은 힘들다. 자기주도학습역량이 있는 학생들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 가는 기쁨 중 으뜸은 급식이라고 늘 아이들은 말한다. 배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더 소중한 급식시간, 학교의 문이 닫히면서 가장 답답하고 힘든 것 중 하나가 급식의 공백이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끼니를 거르거나 레토르트나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나마 집에서 밥을 챙길 수 있는 부모들도 점심식사까지 챙기는 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는 제대로 먹는 것이다. 이것은 아동의 권리 중 가장 기본적이 권리이다.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학교의 주체는 누구인가?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 학교의 3주체라고 하면서 정작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등교를 할지 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학교는 몇 학교나 있었을까? 교사들 선에서 결정하고 좀 더 나아간다면 학부모들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하여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의견을 존중받아야 하는데도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현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으면 한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면서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사이버폭력이 늘어났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엄청나게 보급이 되고 학생들의 손에 쥐어졌지만 포노사피엔스들이 이것의 사용방법을 제대로 배워 활용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사이버상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더 걱정되는 문제는 등교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집이 학교보다 더 불리한 취약계층 학생들이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학생은 없는지 가정폭력의 위험에 놓인 학생들은 없는지 심리적으로 힘든 아이는 없는지 등 걱정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등교를 한다면 그나마 그런 학생들이 눈에 띌 수도 있는데 등교를 하지 않아 어느 학생이 그러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코로나19가 남긴 과제들. 그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들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두드러진 문제들인 것 같다. 학생 스스로 서는 자기주도학습역량을 키우고 학교도 스스로 교육의 3주체와 함께 민주적인 운영방식으로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코로나를 극복해나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는 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인간관계, 돌봄, 급식 등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루빨리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고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 황혜주 님은 울산광역시교육청 시민사회소통비서관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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