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29 16:13
[143호] 인권 포커스 - 울산시민들의 주거권 보장, 이제 인권증진 개념으로 접근하자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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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들의 주거권 보장,
이제 인권증진 개념으로 접근하자

이승진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규제 지역 이외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전세대란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실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이 부풀려 가는 거품들은 투기와 투자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고, 청년들을 영끌이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발표된 대책은 정부가 직접 전세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빈집으로 남아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민간건설사의 물량을 매입해서 공급하거나, 숙박시설과 상가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거나,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입이 쩍 벌어지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체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이번 대책은 그나마 집 걱정을 덜어주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울산에서 거주하는 지인의 말을 빌리면 4억 원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난 뒤 며칠 뒤에 6억 원에 되팔았다는 사람이 존재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해서 검색해 본 결과, 남구 지역의 A아파트 단지는 전용면적 101㎡ 기준으로 13억 원에 거래됐다. 5개월 만에 2억 4천만 원이 폭등했다. 같은 지역 B아파트 단지는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8억 9400만 원에 거래됐다. 3개월 만에 2억 7천 9백만 원이 폭등했다. 투기 자본들이 울산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울산시도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 회의’를 열고 ‘지역 거주제한 제도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은 거주기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 거주자도 청약이 가능하다. 반면 같은 광역시인 대구는 6개월 이상, 대전과 광주는 1년 이상 거주하는 사람만 청약할 수 있다. 부산도 해운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 제한을 두고 있다.

‘지역 거주제한 제도 시행’ 덕분에 묻힌 감이 있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울산시 방침이 하나 더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 가구 등 주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거급여 지원 역시 확대하는 한편,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해서 맞춤형 주거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송철호 시장의 복지 공약 가운데 하나인 ‘울산시민복지기준(소득-주거-교육-건강-돌봄)’ 사업의 하나다. 실제 필자가 위원장을 맡았던 주거복지 위원회에서 민간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대표들의 제안을 중심으로 울산연구원 연구진이 설정한 사업에 대부분 언급되어 있다.
울산시민복지기준은 ‘울산지역의 통합적 사회서비스 사업’의 표준이자 지침이다. 폭등하는 주택가격과 전세대란 속에서 소외받거나 배제되고 있는 시민들의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사업들로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최저 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50년 이상 또는 영구적으로 임대하는 영구임대주택과 저소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30년 이상 임대 해주는 국민임대주택,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행복주택, 전세계약 방식으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일정 기간 임대한 후 분양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 기존주택을 매입해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에게 공급하는 기존주택매입임대주택, 기존주택을 임차해서 저소득 서민들에게 다시 전대하는 기존주택전세임대주택 등이 있다. 대부분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외에도 울산시의 대표적인 주거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의 기본주택과 사회주택,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들이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도 경기도 기본주택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질 좋은 평생주택’ 사업이 제시되어 있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소득과 자산, 나이 등 입주 자격에 제한이 없고, 입주자에게 조식 서비스와 육아용품 렌털 등 호텔급 고품격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며, 위치도 역세권으로 지정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신개념 주거정책이다.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는 공공기관이 소유하지만 3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고 건축물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소유하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이다. 보증금 개념으로 분양가의 20~40%를 먼저 취득한 뒤 나머지는 살면서 지분을 추가 취득하되, 100% 취득 전까지는 따로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울산지역도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제2차 울산광역시 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시민공청회’에서 필자가 토론자로 나설 기회가 주어지면서 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 등 양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열여덟 어른’들을 위한 ‘청소년 주거급여(또는 주거수당)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양육시설이 아닌 쉼터에서 퇴소해야 하는 청소년과 각종 피해여성들, 학교 밖 청소년, 탈시설이나 독립을 꿈꾸는 장애인들 역시 생계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원사업이 절실하다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며칠 뒤 울산연구원에서 열린 마지막 자문 회의에서 이 같은 공통된 제안을 인권증진 기본계획에 담아보자는 논의로 이어졌다. 취약 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인권증진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울산시 정책이 짜임새 있게 돌아갈 조짐이 보인다. 이제 울산시민복지기준과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울산시가 펼쳐 나갈 주거정책을 주목하자.

※ 이승진 님은 나은내일연구원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