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1-29 21:05
[131호] 시선 둘 - 인권운동연대 활동후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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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연대 활동후기

이아형


2019년 가을의 초입에서 시작한 저의 울산인권운동연대 자원봉사자 활동이 가을을 다 채우고 곧 마무리가 될 예정입니다. 처음 울산인권운동연대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지역민들을 위한 인권 활동이 무엇이 있으며, 인권 NGO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석사 졸업 이후 한국에 오자마자 울산인권운동연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있는 동안, 저는 이곳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제16회 울산인권마라톤대회’ 지원을 비롯하여, 2019년 울산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관하는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활동, 울산시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참관 등을 하였습니다. 이 중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차별과 혐오와 관련한 활동이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또는 그보다 더욱 발전한 형태의 차별과 혐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1800년대에 흑인 노예제는 폐지가 되었지만, 2019년인 현재까지 인종 차별은 존재하고 있으며, 여성이 최초로 참정권을 가진 지 100년이 지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서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유리 천장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과 여성 간의 사회적 불평등에 기초한 혐오, 노인과 아동과 같은 약자에 대한 혐오 등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 구성원들은 혐오와 차별이 잘못된 것이란 것을 알지만,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는 미명 아래 자신의 언행 중 어떤 것이 차별인지 아닌지에 대한 경계를 잘 알지 못하며, 그런 이유로 상대방, 특히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과 차별을 무분별하게 내뱉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인권학 석사를 공부하였지만, 이것에 대한 기준점을 잘 알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정당한 비판과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월의식 혹은 타인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지위를 빼앗길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에 비롯된 불안감에 기초한 비난인지에 대한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에게는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실시한 차별과 혐오표현과 관련한 모든 활동들이 이러한 기준점을 정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들은 많은 강의 중, 현재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 사례인 여성과 남성 간의 혐오발언과 그와 관련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강의에 따르면, 여성은 국제 사회에서 아직까지 사회적 소수자로 분류가 되고 있으며, 여성이 아직까지 그러한 위치에 자리한 이유는 여성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에 반해, 아직까지 사회의 많은 부분이 남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향하여 내뱉는 혐오표현은 사회적 주류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탄압이며, 이는 여성에게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반대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표현은 약자가 주류를 대상으로 하는 즉, 사회적 차별에 대한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현대 사회의 남녀 간의 혐오표현을 기반으로 한 갈등은 단순한 남녀 간 성대결이 아닌 사회적 주류와 약자 간의 갈등 구조로 보아야 하며, 그런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표현이 좀 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동성애 혐오와 관련하여 한 집단의 인권이 누군가에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예멘 난민 사태를 통하여 집단의 일반화를 통한 인권 침해와 혐오표현이 정당화되는 현실에 대응하여 어떻게 인권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강의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울산인권운동연대 자원봉사자 활동을 통하여, 차별과 혐오표현의 바탕에 깔려있는 사회 구조적 불평등 시스템을 배웠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저의 관점으로 재정의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점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곧 한국을 떠나 제가 공부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추가적인 인권 공부를 하고, 이후 인류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여기서 했던 모든 활동들이 저에게는 양분이 되어 인권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습니다. 울산인권운동연대 활동 수기를 마무리하며, 울산인권연대 사무실 활동가분들을 비롯하여 제가 여기서 활동하며 만난 모든 분들께서 목표로 하시는 인권 향상을 이루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이아형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3개월간 자원봉사활동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