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4-25 15:36
[53호] 회원글 - 듣는 책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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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책

오문완 l 울산인권운동연대 공동대표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사회적 약자의 인권 현황을 보면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을 알 수 있게 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책을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듣는 책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듣는 책? Audio Book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듣기용(도의) 책, 들려주는 책, 듣기 위한 책 등등 그 번역을 놓고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인데, 일단 <듣는 책>이라고 해둡니다. 문법에는 맞지 않지만 일단은 그렇게 해두렵니다. 요컨대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말합니다. 말은 책이지만 실체는 Audio CD입니다. 즉, 책을 읽는 대신 컴퓨터에서 CD를 돌려 그 책의 내용을 듣는 방식입니다. 듣는 책의 출현 동기는 다양하게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만(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제가 보기에는 누구나 책을 접하고 즐겨야 하는데 보지 못하는 분들은 책 읽는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겠지요. 점자책을 읽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시간과 비용 등 경제적으로 보통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그 대안으로 듣는 책이 등장하게 되었을 겁니다.

미국의 경우 이 듣는 책의 규모는 대단합니다. 웬만한 문학 작품은 거의 망라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의 <일을 즐기는 법>(The Art of Happiness at Work: A Handbook for Living)도 듣는 책으로 즐겼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책을 찬찬이 읽으며 진도를 나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 귀로는 듣고 눈으로는 읽으면서 속독을 한 셈이지요. 신간도 듣는 책으로 나오는데 제가 보기에는 별로 인기를 끌 것 같지 않은 이라는 책도 들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어떤 나라는 경제적으로 성공을 하는데 다른 나라는 실패를 할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 얘기는 재미있는(아니면, 재미있어 보이는) 책만 듣는 책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이 세상에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듣는 책이라는 건 외국어 회화 공부를 위한 것, 즉 속된 말로 출세를 위한 용도로 출간되는 것이지, 책에 접근하는 길이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막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아주 생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우리도 먹고살 만하고, 이제는 어려운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요.

바로 지금이야말로 듣는 책의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