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에서...
이영환 l 편집위원장
국민 대통합을 노래한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벌써 두 명의 아까운 목숨이 생을 달리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와 기아차 화성공장의 고 윤주형씨가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의식화 되어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강단이 있으며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지 않는가? 그런데 무엇이 그들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했을까?
소위 운동이라고는 모른 체 살아온 오십 생에 어쩌다 시민단체 가입을 계기로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게 되어 조금씩 함께 하고자 하지만 아직도 의식화 되지 못하고 반드시 어떻게 하겠다는 신념도 뚜렷하지 못한 나는 지금 사회 전반에 걸친 불합리 불평등과의 목숨을 던지며 싸우는 모습이 약간은 생경하기만 하다.
그래도 못내 이상한 건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 대통합을 이야기하고 경제민주화를 노래하며 법질서를 부르짖건만 내놓은 인사안이 파렴치범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하고 또 이 후보는 국민 정서나 여론을 무시하며 시간끌기로 버티고 있고 세상 유일하게 분단된 땅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병역을 두 아들 다 면제받고 또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수십억의 부동산 증여를 받은 가족의 가장이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했으며 차기 국무총리 후보 지명을 받았다가 악화된 여론에 밀려 자진 사퇴한 일은 국민 대통합이나 소위 힐링이 아니라 국민을 염장 지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추위에 떨며 불합리 불평등과 싸우며 지키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철탑과 천막을 돌아보고 더는 아까운 목숨이 생을 달리하는 일이 생겨서는 아니 되며 온 국민이 메마른 대지가 아닌 온돌에서 형제자매들과 등 따숩고 배부른 설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더 늦기 전에 모든 투쟁 현장이 없어지는 진정한 힐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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