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04 15:37
[122호] 시선 셋 - 학교 방과후 수업 민간업체 위탁을 바라보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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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과후 수업 민간업체 위탁을 바라보며....

○○○ 방과후강사



얼마 전 지역 언론에 방과후학교 위착업체 불법운영에 따른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언론에 따르면 방과후 위탁업체는 강사들과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30%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곳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26일 방과후강사노조울산지부는 울산시 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공공부분에서의 민간위탁을 없애고 직접고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시교육청은 ‘특수고용노동자이며 위탁업체와의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변한바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질 높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교원의 업무경감을 위해 프로그램의 전부나 일부를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시교육청이 말하는 방과후 교육을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질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에 도움이 되는가?

현실에서는 “아니다”이다. 방과후 강사들은 매년 각 학교에서 뜬 공지를 보고 면접을 통해 학교와 1년간 계약을 맺고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수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후 평가가 낮게 나올 경우에는 대부분 다음해에 재계약이 힘들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방과후 교사들은 매년 자신들의 강의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수년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강사들은 용역업체로 낙찰된 경우 과도한 수수료 요구대문에 업체와 갈등을 빚다가 수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업체는 급하게 대체강사를 투입하게 된다. 과연 질 높은 교육이 담보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사유로 들고 있는 교원의 업무경감을 들여다보자.
업체로 맡기면 교원(특히 방과후 부장)의 업무경감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교원의 업무하중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학교가 직접고용을 한 대부분의 학교에는 ‘방과후 코디’가 채용되어 있다. 그리고 방과후 강사와 학부모들은 방과후 수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안들을 방과후 코디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전달 받는다. 즉, 이미 방과후 담당부장의 업무를 경감시켜주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과후 교육을 업체에 위탁시켜 운영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크게 두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임금 수탈의 구조를 용인하는 구조다.
IMF 이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은 노동의 유연성과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직접고용을 피하고 용역업체에 상당부분을 위탁해왔다. 그 과정에서 모기업들은 사고가 발생하여도 사고의 책임을 직접고용된 사용자가 아니란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다. 또한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관리 등의 명목으로 임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겨갔다. 새로운 임금수탈 구조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 교육의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걷어내 버렸다.
학교가 방과후 강사를 직접 고용할 경우, 강사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한다. 이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면접위원으로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강사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태도를 살펴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학부모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강사들의 답변과 태도를 보면서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좀 더 나은 강사를 선택함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리라 본다. 용역업체 선정과정에도 학부모들의 참여를 보장하기는 하지만 이는 업체만을 보는 것이지 직접 수업을 담당할 강사들을 알아볼 기회는 상실되어 있다.
교육의 주체로 학생들을 참여시킬 수 없다면 최소한 학부모들은 참여공간은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옥희 교육감은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신년인터뷰에서 “교육주체들의 삶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 학생 중심의 수업혁신, 자율과 책임의 학교 민주주의 실현, 참여로 소통하는 울산교육 등 학교 현장중심의 변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장의 흐름은 참여와 소통의 제도적 장치마저 걷어내는 느낌이다. (일부분일 따름이라고 하겠지만…….) 교원의 업무경감이라는 목적은 달성되었으니 교사들과의 참여와 소통은 이루어 낸 것인가?????
목적사업비로 방과후 코디 인건비, 강사 보조금, 교구구입비 등 목적사업비로 편성되었던 방과후 관련 예산도, 방과후 사업비 한 항목으로만 편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업체로 일괄하여 방과후 교육을 위탁시키기에 더 용이하게 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업체와 강사와의 수수료 등을 둘러싼 갈등, 교육의 질 후퇴, 거기에다 입찰 담합에 이어, 교장, 교감들의 퇴직 후 일자리라는 말까지 도는 등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부산시, 경상남도 등 각 지자체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방과후 교육의 민간 위탁을 왜 울산에서는 더 확대되는 움직임일까?

※ 이 글은 방과후 강사로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본인의 요청에 의해 필자를 소개하지 못함을 이해바랍니다.